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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중국 간쑤성 톈수이시의 유치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납 중독 사태가 단순한 급식 관리 부실을 넘어, 지역 산업 오염과 정부 은폐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북서부 간쑤성 톈수이시에 위치한 ‘배심 유치원’에서 200명이 넘는 어린이가 납 중독 증세를 보이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 급식에서 검출된 납 함량이 국가 기준치의 2,000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은 대추 케이크, 옥수수 롤, 소시지 만두 등을 섭취한 뒤 두통, 구토,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사건 초기 당국은 “유치원 측이 먹을 수 없는 페인팅 안료를 음식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고 유치원장, 투자자, 주방 직원 등 8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먹는 물감 대신 페인트?”..의문 제기하는 시민들
중국 SNS 플랫폼인 X(구 트위터)에서는 "단순한 급식 과실이라면 왜 값싼 식용 색소 대신 산업용 페인트를 사용했는가"라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유치원이 인터넷에서 고의로 ‘페인팅 안료’를 구입해 음식을 물들였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더 큰 오염원을 감추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건은 이미 2006년 톈수이시 마이지구 간취안진 우자허촌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어린이를 포함한 200여 명의 주민들이 납 중독 판정을 받았고, 그 배경에는 인근의 두 개 화학공장이 있었다.
당시 지방 당국은 해당 공장의 책임을 부인하며 납 수치를 축소 보고했고, 이번 사건에서도 유사한 축소-은폐 정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피해 아동 부모들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간쑤성 정부가 시안 병원에 요원을 보내 피해자 가족에게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부는 보상이나 치료와 관련된 조건을 내세우며 ‘공식 발표 외의 주장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산업 오염의 그림자.. 당국의 책임은?
납 중독은 인지 기능 저하, 성장 장애, 신경계 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치원 내 급식 사건으로 수습된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묻힐 수밖에 없다.
지역 내 중공업 단지 및 화학 공장의 지속적인 환경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독립적이고 전면적인 환경 조사와 역학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국제 환경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복적으로 납 중독 사건을 축소하거나 산업계와 결탁해 은폐해온 전력을 지적하며, “국제 공공보건 기준에 부합하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톈수이 유치원 납 중독 사태는 단순한 식품 안전 문제가 아닌, 오랜 산업 오염과 공공기관의 구조적 부패가 얽힌 복합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볼모로 한 오염 은폐 시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지 한 유치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사회 전체가 직면한 거대한 윤리적 재난일 것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