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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사리원시 공장 자료화면 |
북한이 자랑스럽게 발표한 ‘핵자기공진지하수탐사기’ 개발 소식은 겉보기에는 과학기술의 자립적 진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체제 선전을 위한 과장된 미화에 가깝다.
이번 조선신보 보도는 북한 과학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이며, 국제 과학계와의 단절 속에서 자립을 외치며 만들어낸 ‘성공 신화’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핵자기공진(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기술은 첨단 전자공학, 정밀 측정, 노이즈 억제 기술 등 다양한 고급 기술이 융합되어야 가능한 매우 정교한 분야다.
선진국에서도 해당 장비는 고가의 상용 장비로 개발되며, 민간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쟁기술을 단 몇 개월 내에 단독으로 개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보도에 따르면, 사리원지질대학의 연구조는 초기 실험에서 탐사기의 수신부가 잡음을 제거하지 못해 신호 포착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는 고감도 장비 개발에 필수적인 전자파 차폐, 신호 증폭, 필터링 기술이 매우 미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몇 가지 회로를 추가하고 주조종단의 기능을 덧붙였다는 단순한 개선만으로 ‘세계적 수준의 정확도’가 입증되었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장비가 실제로 20여 곳에서 탐사에 활용되었다고 주장하지만, 탐사 결과의 신뢰성이나 검증 자료는 제시되지 않는다. “정확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표현은 과학적 검증이 아닌 내부 평가, 혹은 권위주의 체제 내의 일방적 선언일 가능성이 크다.
과학의 본질은 공개 검증과 재현 가능성에 있으며, 이는 폐쇄적인 체제 안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이번 보도의 진정한 목적은 사리원지질대학과 북한 당국이 과학기술 자립을 이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파하는 것이다. “자력갱생”, “세계적 수준”, “당의 지도 아래 개발 완성” 등의 표현은 과학기술 뉴스보다는 정치 선전 문구에 더 가깝다.
이는 과학기술을 진리 탐구의 수단이 아니라 체제 충성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결국 조선신보의 이 보도는 북한 과학기술계가 처한 현실, 즉 외부 기술에 대한 접근 차단과 정치적 압박 속에서 얼마나 허약한 논리로 ‘성공’이라는 신화를 포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이다. 과학은 체제 충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패’를 숨기지 않고 검증에 내놓는 정직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북한은 외면하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