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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4일, 김일성 주석 사망 31주기를 맞아 개최된 ‘녀맹일군들과 녀맹원들의 덕성이야기모임’을 보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김일성의 ‘불멸의 업적’을 찬양하고 ‘위대한 수령의 사랑’을 회고하며 감동에 휩싸였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이는 여성의 현실을 왜곡하고 정치적 충성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체제 선전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성 해방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들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북한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례라고 보는 것이죠.
보도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우리 녀성들을 비참한 운명에서 구원해주시고 혁명의 힘있는 력량으로 내세워주셨다”는 김선실이라는 발언자의 언급은, 마치 김일성 주석이 북한 여성들에게 주체적 지위를 부여한 것처럼 포장하고 온갖 미사여구로 찬양 일색의 내용들로 가득찼는데, 실상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이라는 것은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이번 조선중앙통신 보도의 내용와 숨겨진 의도, 그리고 여성 해방의 실질적 조건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덕성이야기모임’ 보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무엇이며, 이는 북한 여성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철저히 수령 숭배의 틀 안에서만 허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삶이나 고난,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김일성의 은혜를 회고하고 수령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뿐입니다.
이는 북한에서 여성의 삶이 자율적으로 말해질 수 없고, 오직 이데올로기적 통제 하에서만 표현된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여성의 경험은 선전의 도구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 북한은 오래전부터 ‘여성 해방’을 혁명 성과로 내세워왔는데요. 실제 북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권리는 이에 걸맞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표면적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전통적인 가부장제와 노동당 중심 통제가 이중으로 작용하는 이중적 억압 구조입니다. 여성은 공장 노동자, 교사, 간호사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지만, 동시에 가정 내 전통적 돌봄 역할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에 정치적 의무, 각종 노동이 동반되는 과업까지 부과되니,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고 책임과 희생만이 강화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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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는 ‘충성심이 강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상’을 이상적 여성상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가족윤리가 아니라, ‘당에 충성하는 어머니’, ‘수령의 뜻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어머니’로서 정치적 모성 개념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은 국가와 체제를 재생산하는 핵심 매개로 간주되며, 그 역할이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 정치 질서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게 하는 철저히 여성의 주체성을 억압하는 구조입니다.
3. 보도에 등장한 박순희, 김선실, 정수림 등의 발언은 모두 수령 찬양과 체제 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전형적인 서사 구조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십니까?
- 북한 정권은 여성 개인의 이야기를 체제 찬양의 서사 구조 안에 끼워 넣음으로써 충성심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 영웅’, ‘은혜 받은 어머니’, ‘혁명가의 손녀’ 같은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수령의 은덕에 감격하는 인민상’을 구현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인민반장이 대부분 여성들인데, 인민반장대회 등을 통해 더우 강도높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고 있죠. 이런 모든 과정들이 정치적 동원의 수단이며, 자발적 충성의 이미지로 외부 시선을 포장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4.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녀맹)은 본래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체제 선전 조직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러한 변질은 언제, 왜 일어났다고 보시나요?
- 여맹은 해방 직후에는 여성 계몽과 권리 향상을 위한 운동조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 이후 당의 통제력이 강화되면서, 여성 조직은 독립적 기능을 잃고 ‘수령 중심의 혁명 동원조직’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다른 조직들도 모두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습니다.
특히 1974년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이후, 모든 조직이 김일성 유일영도 체계에 완전히 예속되면서, 녀맹도 체제 선전과 충성 동원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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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잠시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보면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 사상을 유일사상으로 확고히 한다로 시작해,
수령님의 수령님의 수령님의 전부 수령님으로 시작합니다. 마지막에는 수령님의 유일사상과 영도에 기초한 혁명적 전통을 대를 이어 길이 빛내고 굳건히 이어나간다. 끝내며 세습독재를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죠.
5. 마지막으로, 북한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조건은 무엇이며, 국제사회나 한국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진정한 여성 해방은 수령 숭배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즉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율성에서 시작됩니다. 여성이 정치적 도구가 아닌 하나의 시민으로서 삶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북한 내 정보 개방, 교육의 다양성, 국제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여성 인권, 교육, 생존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탈북 여성에 대한 포용적 정책을 통해 변화를 위한 모범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