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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1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김해림이라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지도원의 기고문 「당은 나의 어머니」를 통해, 전쟁 영웅 김군옥의 이름을 딴 전술핵공격잠수함에 대한 일화를 극적으로 포장하며 ‘세습체제의 은혜’를 반복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감성적 스토리라인 뒤에는 북한 체제가 반복해온 역사 조작, 군사주의 선동, 그리고 비합리적인 개인숭배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고문은 김군옥이라는 고(故) 해병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미군 중순양함 ‘볼티모어’를 격침한 ‘주문진 해상전투’를 신화적으로 재현한다. 하지만 이 전투에 대한 실증적 자료는 극히 부족하며, 미국 해군기록 어디에도 해당 함선의 침몰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오랜 기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부풀려온 '전승 신화'의 일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허구적 서사를 전술핵공격잠수함과 연결하며, 군사무기와 영웅숭배를 결합한 신정적 미화로 끌고 간 점이다. “세상에 대고 이렇게 소리높이 외치고 싶다”는 감정 과잉의 수사는, 과거 전쟁의 ‘위훈’을 현재 핵무장 정당화의 도구로 전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김군옥의 이름을 ‘핵공격 잠수함’에 붙인 일화를 언급한 부분은, 사실상 북한 핵정책에 ‘혈통과 충성의 서사’를 씌우려는 의도임을 시사한다.
핵잠수함이라는 현대전의 위협적 무기체계를 ‘아버지의 한을 풀어준 따뜻한 배려’로 포장하는 방식은 단지 비과학적인 접근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핵무장을 ‘감정적으로 수용’하게 만들려는 전형적인 세뇌전술이다.
또한 이는 북한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핵정책에 대한 불안이나 회의를 무마하고, 모든 문제를 ‘수령의 자애로운 결정’으로 환원시키는 교묘한 장치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기고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영웅의 이름’과 ‘군공’이라는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세 명의 최고지도자가 모두 김군옥을 잊지 않고 위훈을 치하했다는 구조적 서사는, 결국 김씨 일가의 장기집권을 정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인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와 군대, 영웅, 심지어 ‘기억’조차도 당과 수령의 시선과 판단에 의해만 존재를 허락받는다.
이는 ‘집단의 역사’를 ‘가문의 역사’로 전유한 북한 체제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위대한 당은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은, 체제 충성을 가족적 감정으로 환원시켜 이념적 저항을 아예 차단하려는 전형적 프로파간다 언어다.
결국 이 기고문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감정을 동원하여 전쟁의 기억을 미화하고, 핵무장을 영광된 전통의 연장선으로 각인시키며, 수령의 자비를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는 상투적 표현으로 절대화하는 하나의 교본이다. 여기에 비판적 시선은 들어갈 틈조차 없으며, 모든 진실은 ‘당이 정한 기억’에 봉인된다.
전쟁은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과거이지, 핵잠수함이라는 이름으로 재현되어야 할 신화가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위대한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당’의 수사로 핵무장의 위험을 감출 수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