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59] 재통합의 요청 ①
  • R. R. 리노 『First Things』 편집장

  • 우리는 20세기 초반의 비극들이 미국 정치문화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종종 간과하곤 한다. 대공황 시기, 자본주의는 붕괴된 듯 보였다. 경제 체계는 삐걱거리다 결국 멈춰섰고, 193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는 경제 전반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조치를 본격화하였다.

    1940년대 전 세계적 전쟁이 발발하자, 국가의 통제와 조정은 폭발적인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연대의식 또한 급속히 고양되었고, 경제생활의 긴밀한 통합과 맞물려 나아갔다. 경제적 고통의 시대를 함께 견딘 민중은 일종의 사회적 친교를 형성하였고, 전시 동원의 총체성은 그러한 결속을 더욱 심화시켰다.

    경제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견뎌낸 세대는 그 체험을 영구히 각인받았다. 1950년대에 접어든 미국 사회는, 마치 사회 전체를 최근의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보상심리라도 작동한 듯, 끊임없는 통합을 향한 강한 열망으로 특징지어졌다. 그 결과, 미국은 1950년대에 역사상 가장 높은 연대감을 누리게 된다. 극단적으로 높은 고소득자 세율 덕에, 소득 불평등은 역사상 가장 낮았고, 사회 통합은 유례없이 단단했다.

    '유대-기독교(Judeo-Christian)'라는 용어는 일상화되었고, 에큐메니컬한 중산층 합의가 주류를 형성하였다. 교회 공동체는 활기를 띠었고, 로터리 클럽 등 중개 조직들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혼인은 가정생활의 중심에 자리잡았고, 그리스도교적 질서의 토대가 되었으며, 이는 곧 자연법에 기초한 사회 질서로 기능했다.

    20세기 역사는 움직임과 반(反)움직임의 연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사회 전체가 경제적 붕괴와 전쟁의 존재론적 위협에 반응하여 통합과 응집을 추구한 반면, 이 통합의 흐름이 너무 응고되고 획일화되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탈통합의 조류가 생겨났다.

    흔히 전후의 저항은 좌파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여겨지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탈통합은 우익 진영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윌리엄 F. 버클리 주니어는 대중민주주의의 영적 천박함을 비판한 자칭 '철학적 아나키스트' 알프레드 제이 녹의 영향을 받아, 1960년에는 '자유를 위한 젊은 미국인들(Young Americans for Freedom)'을 창립하였고, 같은 해에는 좌파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SDS)'도 창립되었다. 양자는 서로 다른 이념을 지녔으나, 동일한 목표—기존 통합 질서에 대한 해체—를 지향했다.

    이 시기의 역사 서술은 크게 잘못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버클리의 자유시장 옹호와 학생 급진주의의 충돌만을 조명할 뿐, 양 진영 모두에 공통된 깊은 충동—곧 탈통합(deconsolidation)의 열망—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흑인민권운동은 명백한 탈통합 운동이었다. 남부의 법적 분리주의와 북부의 사회적 차별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제2차 여성운동 또한 남성과 여성을 구분된 역할로 고착시키는 사회적 합의를 해체하고자 했다. 1964년 공화당 내에서의 골드워터 혁명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그는 뉴딜 합의라는 정치적 통합체제를 해체하려 했다. 그의 1964년 민권법 반대는 국가 권력 집중을 우려한 '연방주의'의 이름으로, 본질적으로 탈통합을 추구하는 입장이었다.

    이 다양한 운동들은 내용은 달랐지만 방식은 유사했다. 그들은 권력과 제도의 집중을 해체하고자 했고, 보다 큰 자유와 유동성을 추구했다. 보수적 탈통합은 경제통제의 해악에 초점을 맞추었고, 진보적 탈통합은 사회통제의 비인간성에 주목했다. 각각은 인간 자유의 회복이라는 윤리적 이상을 근거로 삼았다.

    이와 병행하여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유사한 운동들이 있었다. 매튜 로즈가 서술했듯이, 1960년대 초의 급진 신학자들은 하느님의 존재론적 해체를 기독교 정신의 승리로 해석했다.

    1970년대의 가톨릭 급진주의자들은 교회의 권위와 교도권을 느슨하게 만들고, 교회의 도덕 판단을 "엄격하다"고 비판하며 교회 경계선을 해체하려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복음주의 교회의 "구도자 중심(seeker-sensitive)" 흐름과도 유사성을 보인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7-19 07:35]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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