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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6 |
북한이 자화자찬하는 “농촌혁명의 새시대”가 다시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방대한 분량의 기사에서 “벼와 밀농사 중심의 알곡생산구조 대전환”을 통해 밀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3만여 정보 증가했고, 밀 수확량은 2021년 대비 3배로 증대되었으며, 664개 다수확농장이 나왔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자화자찬은 고질적인 식량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감추기 위한 정치 선전일 뿐이라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변혁”이라는 수사 아래 감춰진 식량난
북한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식량난을 겪는 나라로 분류되어 왔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민의 약 40% 이상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중앙통신은 “밀, 보리 대풍”이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정보당 수확량 5배 증가” 같은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를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보도는 북한 주민이 실제로 겪고 있는 기근과 물자 부족 상황을 철저히 외면한 정치 선동에 가깝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2021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직접 밀·보리 중심 식단 전환 방침을 제시했다고 자랑하지만, 이는 쌀 생산 감소와 식량 수입의 어려움 속에서 나온 소극적 대응일 뿐이다.
북한은 중국산 밀가루 수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민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옥수수와 보리죽으로 연명해왔다. 이제는 이를 ‘정책’으로 포장해 주민들에게 밀식단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와 토양 무시한 탁상행정
기사는 “불리한 포전에서도 밀로 소출을 2배~5배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과학적 농업의 기본을 무시한 무리수다. 밀은 수확 시기가 빠르고 물 부족에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하나, 북한의 고산지대나 장마철 습지에서는 오히려 곰팡이 발생과 수확 손실 가능성이 높다.
밀을 억지로 심어 “당 정책”을 관철시키려는 행위는 오히려 생산성 저하와 토양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다수확군” “다수확농장” “다수확작업반” 등의 표현이 마치 1960\~70년대 ‘천리마 운동’의 부활을 연상시킨다. 이는 과도한 생산 할당과 실적 경쟁을 부추기며 농민들을 과로와 처벌의 위험에 내모는 체계다.
당국의 “정책의 정당성”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을 동원하는 이 방식은,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이 아닌 정치적 선전에 치중한 계획경제의 전형이다.
“전국적 성과”의 허상 뒤에는 고립과 배급 실패
보도는 전국적 생산 목표 달성과 수매 완료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강제 수매’와 ‘사적 유통 금지’가 반복되는 통제경제 시스템 속에서 주민들이 다시 굶주림에 내몰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알도 허실되지 않도록’이라는 표현은, 곧 농민 개인의 자가 소비조차 통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농업의 ‘대변혁’은 체계적 개혁이나 과학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선동과 선별적 통계에 기반한 허상이다.
진정한 농업혁명은 농민에게 선택권과 시장 접근권을 주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밀밭이 아니라 자유와 투명성이, “백미밥”보다도 절실한 시대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