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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7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락원군 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을 두고 “사회주의락원의 실체가 완벽하게 펼쳐진다”며 극찬 일색의 보도를 내놓았다.
수백 세대의 어촌마을, 선진적 건축, 군인의 영웅적 희생 등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된 이 보도는 겉으로는 ‘지방의 변혁’을 노래하지만, 그 실체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군사동원의 일상화
우선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군인의 건설투입을 미화하며 ‘지방발전의 주역’으로 삼는 북한의 구조적 현실이다. 인민군은 국가방위가 아닌 토목노동에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심각한 민간 건설역량 부족 상태에 있음을 방증한다.
“사회주의건설의 기수”라는 수사 속에는 군대의 노동력 착취와 탈군사화 실패라는 구조적 모순이 깔려 있다. 평시에조차 군이 사회개발의 주체로 등장한다는 것은 경제주체가 없는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사 곳곳에서 “설계상 요구”, “질 보장”, “마감 상태 점검” 등이 강조되지만, 실제 북한의 공공건축물들은 철근 누락, 단열 미흡, 안전불감증 등 기본적 기준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대로 완공”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그런 기본이 지켜지지 못하는 북한 건설현장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방 어촌의 복지와 경제활성화보다, ‘기념일 맞이’에 맞춰 보여주기식 건설을 완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락원포’, ‘사회주의 락원’, ‘인민의 복리를 담보할 창조물’ 등 반복되는 유토피아적 표현은 북한 선전 특유의 언어 왜곡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 지방주민의 식량난, 전력부족, 의료공백 문제는 여전하며, 해안 어촌지역은 특히 식수와 교통, 교육 여건이 취약하다. 바다가양식사업소가 그런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
“수백 세대가 모여 사는 어촌 마을”이 과연 자립 가능한가, 오히려 당국의 통제와 선전행사 전시용으로 희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불이 번쩍 나게 기초공사”, “질풍노도식 백열전”, “와닥닥 끝낸 기초파기” 등 기사 곳곳에서 나타나는 속도전 방식은 1960~70년대 사회주의 건설의 낡은 유산이다.
무리한 공정추진은 시공불량과 후속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며, 인명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기초작업에 “바다물 속 잠수작업”이 등장하는 장면은 열악한 작업환경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마치 이를 영웅담으로 포장하는 선전의 기묘함을 드러낸다.
당의 ‘신임’이라는 감정적 속임수
건설에 대한 모든 동기부여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전투적 격려”, “무상의 신임”, “혁명군대의 명예” 등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당 중심 서사로 일관한다.
이는 국가건설이라는 실질적 과업을 감정적 충성 경쟁으로 왜곡시키는 것으로, 주민 중심이 아니라 지도자 찬양 중심으로 흐르는 북한 체제 특유의 구조적 왜곡을 보여준다.
북한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채로운 선경”이 아니라 깨끗한 식수, 안전한 도로, 자율적인 생계수단이다.
락원포의 ‘락원’이 과연 누구를 위한 낙원인지, 군화발로 세워지는 어촌이 누구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지방발전은 포장된 선전이 아니라, 자유로운 삶과 선택의 가능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