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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27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평양 인근 남포시 강서구역 태성리에 위치한 ‘평양골프장’이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 관광객들과 골프 팬들로 줄곧 “흥성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북한 사회 내부의 구조적 불평등과 사치성 소비문화의 실체를 외면한 채, 외화벌이 혹은 체제 미화에만 집중된 선전용 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이 골프장은 1987년 조성돼 2019년 개보수를 마쳤으며, 18홀 주로와 숙소, 낚시터, 종합봉사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한 번에 20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호화 시설이 북한 주민 다수와는 무관한, 극소수의 특권층 혹은 외국 관광객 전용 공간이라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 "맑은 공기"는 누구의 것인가?
조선신보는 해당 골프장이 “맑은 공기와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고 소개했지만, 북한 대다수 주민은 지금도 난방용 연료와 전기 부족으로 인해 산림을 무분별하게 벌채하고 있으며, 평양 외곽과 지방 도시들은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과 국제기구의 공통된 지적이다. “맑은 공기”는 특권층만을 위한 특구 속 신기루에 불과한 셈이다.
북한의 골프 인프라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대표적 사례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으로 건설된 이 골프장은 오랫동안 외국 관광객 전용으로 운영돼 왔으며, 일반 주민의 출입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해마다 골프 애호가 경기가 열린다”는 조선신보의 표현은 오히려 북한 내에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애호가’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는 생활고와 식량난에 시달리는 대다수 주민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이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약 40%가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린이 영양실조율도 매우 높다. 이런 가운데 골프 리조트 건설과 대규모 개보수, 숙소와 낚시터 운영은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체제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작 필요한 것은 농촌과 의료,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이지, 권력자들의 유흥지 확장이 아니다.
■ ‘선전용’ 관광미화,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번 보도는 최근 북한이 대외 관광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북한은 골프장, 스키장, 온천 등 고급 관광시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관광상품'은 철저히 통제되고 검열된 공간 속에서만 허용되는 제한적 체험에 불과하며, 주민들의 삶과는 단절돼 있다.
‘평양골프장’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다. 이는 체제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주민의 희생 위에 세워진 사치의 증거다.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외형적 관광 명소 건설이 아닌 주민 삶의 실질적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