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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8 |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평양방직기계공장에서 진행된 ‘참신한 직관선동’을 대서특필하며 이른바 ‘혁명열과 투쟁열’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드러나는 것은 체제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아닌, 기계적 선동과 집단주의 강요에 의존하는 낡은 정치문화의 재현이다.
노동신문은 공장 종업원들이 대형 직관물 앞에 서서 ‘혁신자들에 대한 소식’과 ‘사회주의경쟁도표’를 들여다보고 감동을 받는다고 전했지만, 이는 곧 북한 체제가 여전히 시청각 선동물과 도표에 의존한 이념 주입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3대혁명의 불길’이니 ‘2025년 사회주의 경쟁’이니 하는 구호들은 시대착오적이며, 일터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고취하기보다는 경직된 충성심과 무비판적 복종을 유도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특히 기사에서 언급된 ‘초급당위원회 일군들의 사업기풍’이란 표현은 당 간부들이 현장 노동자들을 정치 선전에 동원하는 실태를 미화하는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공장 일꾼들의 자발성과 전문성은 도외시된 채, 오직 ‘전원회의 결정관철’과 ‘혁명적 경쟁’이라는 말뿐인 계획을 향한 맹목적 질주만이 강요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직관선동’이 실제 생산성과 노동 환경 개선에는 아무런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장 노동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대형 직관물이 아니라, 안전한 작업 환경, 공정한 보상, 기술교육의 기회이며, 무엇보다 개개인의 삶과 존엄이 존중받는 노동 조건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여전히 이를 외면한 채, 허울뿐인 선전물로 대중을 통제하고 체제 유지를 꾀하고 있다.
결국 ‘참신한 직관선동’이라는 표현은 기만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참신함은 다원성과 비판의 자유 속에서 싹트는 것이며, 선동은 결코 창의적일 수 없다. 직관물 앞에서 서 있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정말로 자발적인 감동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강요된 충성의 연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체제의 진정한 변화는 직관물이 아니라,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