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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28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지난 21일, 강원도 원산시에 ‘리수덕원산교원대학’의 준공식을 열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들은 이 대학이 “교육사업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유능한 교육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물질기술적 담보”라고 찬양했지만, 정작 이 대학의 실체는 체제 선전에 복무하는 또 하나의 이념 교육기지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교원 양성’ 아닌 ‘충성심 양성’
겉으로는 ‘교원대학’이라는 이름을 내세우지만, 북한의 교원 양성기관은 철저히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 사상 교육을 전담한다. 특히 이 대학의 명칭에 붙은 ‘리수덕’은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김일성 우상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결국 이 대학은 수학이나 문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김씨 일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가르치는 ‘혁명 인재’ 훈련소인 셈이다.
북한이 “교사와 전자도서관, 체육관, 기숙사를 비롯한 모든 환경을 완비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안에서 제공되는 ‘지식’의 내용은 세계적 학문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비판적 사고는 철저히 억압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혁명사나 주체사상 강좌가 교육의 중심축이 된다.
북한 당국은 이 대학이 “현대적으로 건설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외형의 현대화는 내용의 퇴행을 가릴 수 없다. 최신 시설이 갖춰졌다 해도, 그곳에서 전달되는 교육 내용이 20세기 중엽 냉전기 이데올로기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교육의 진보가 아니라 세뇌의 정교화일 뿐이다.
전자도서관이나 멀티미디어 교실도 결국 김정은의 교시와 당중앙의 방침을 ‘첨단 방식’으로 주입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이 독재의 도구로 전락한 사례는 결코 진보가 아니다.
■ 지역 발전 미끼로 포장된 정치 행사
준공식에는 강원도당 위원회 책임비서와 지역 일꾼들, 대학 교직원, 학생들이 동원되었으며, 연설과 토론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식 토론이란 사실상 상부 방침을 반복적으로 되새기고, 충성을 재확인하는 정치 의례에 불과하다.
이 행사는 새로운 교육 기관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가 아니라, 정권 충성도와 주민 통제를 다지는 선전무대였다.
또한 북한이 강원도 지역의 교육 인프라 확충을 선전하는 것은, 열악한 민생 현실과 붕괴된 지방 의료·교육 시스템을 감추기 위한 미끼에 가깝다. 실질적인 지역 교육 수준 향상보다는, ‘당의 은덕’이라는 이미지 구축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교원대학 신축은 진정한 교육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리수덕’이라는 이름은 시대를 거슬러 흐르는 혁명 신화의 유산이며, 대학이란 공간은 자유로운 사상과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이념 충성 훈련의 전초기지로 전락해 있다.
외형을 아무리 치장해도, 교육이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서는 진정한 진보도, 희망도 자라나지 않는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