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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0 |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최근 평양의 민들레학습장공장에서 진행 중인 학용품 생산 현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어버이적’ 관심을 강조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실제 북한 아동들의 교육 현실과 국가의 체계적인 아동 복지 정책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선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일 관심하는 공장”? 아이러니한 서열화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9년 전 이 공장을 방문하며 “당에서 제일 관심하는 공장”이라고 치켜세웠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수많은 복지 영역 중 오직 ‘학습장 공장’ 하나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 부여와 서열화를 보여준다.
학용품 공급이 아동 교육의 전부인 양 미화하는 접근은, 교과 내용의 질, 교사 양성, 자유로운 학습 환경과 같은 본질적 교육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보도는 공장 종업원들이 “책을 꿰매주는 어머니들의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노동자의 자발적 헌신이라기보다, 체제 충성의 언어로 포장된 동원 구호에 가깝다.
학습장 한 권에도 ‘수령의 사랑’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덧씌우며 일상적 생산활동조차 지도자의 은혜로 귀결시키는 구조는 노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아동 복지의 실상은 감춰져 있다
북한의 학용품 부족 문제는 이미 탈북자 증언과 국제 인권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바 있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연필이나 노트조차 구하기 어려워 낡은 종이를 재활용하거나, 외부지원 물자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민들레학습장공장' 하나를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보다 ‘단면적 선전’에 가까우며, 전면적인 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가리는 가림막일 뿐이다.
북한 당국은 오늘도 낡은 공장의 생산을 미화하며 아이들을 위한 희망을 말하지만, 그 종이 몇 장에는 아동의 꿈보다 체제에 대한 충성 강요가 먼저 인쇄되어 있다.
진정한 아동 복지는 상징적 방문과 언어가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 개혁과 자유로운 학습 환경, 그리고 탈정치화된 복지정책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