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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중국 전역에서 수돗물 오염에 대한 주민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시작된 ‘악취 수돗물’ 사태가 전국 각지로 번지고 있으며,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인해 시민들의 분노와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발생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16일,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 주민들이 수돗물에서 정화조나 하수구, 심지어는 죽은 쥐와 같은 악취가 난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물은 누렇게 변색되었고, 정체불명의 이물질까지 섞여 있었다. 시민들은 급히 생수를 사재기하며 자구책에 나섰지만, 시 당국은 “해조류에서 발생한 티오에테르 물질이 냄새의 원인”이라며 수질은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SNS에 퍼진 다수의 동영상과 제보는 이 같은 당국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 시민은 “며칠째 다른 구역에 가서 씻고 있다”고 말했으며, 일부 아파트 단지의 생수 자판기는 품절 사태를 맞았다.
항저우에서 시작된 수돗물 문제는 곧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충칭, 후베이, 장시, 안후이, 구이저우, 광시, 광둥 등 다수 지역에서 수돗물이 변색되고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속출했다.
* 장시성 이펑현에서는 수돗물이 커피색이나 밀크티색으로 변하면서도 어떠한 관리나 조치가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한 시민은 “하루걸러 한 번은 맥주처럼 노란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 간쑤성 딩시시 민현에서도 7월 20일 커피색 수돗물이 확인되었고,
* 후베이성 쑤이현 인뎬진에서는 수돗물에서 악취와 이물질이 발생해 시민들이 “개울물보다 못한 수 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광저우에서는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수질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언론 보도가 전무했다는 불만 이 제기되었다.
■ 정부는 “기준 적합” 반복…시민은 “귀막은 대응” 비판
각 지역 당국은 수질 기준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즈로 물을 걸러도 더럽다", "비만 오면 물에서 냄새가 난다", "정부는 귀머거리·벙어리로 일관한다"는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티오에테르 등의 유기황 화합물이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광범위한 오염은 공급 체계 전반의 부실을 의심케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수자원 관리와 정수 시스템의 노후화, 감독 기구의 부재가 반복적인 수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수돗물 오염 사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중국 도시 서민들의 일상과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수 사재기, 대중목욕탕의 혼잡, 가정용 정수기 수요 급증 등으로 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공공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수돗물 공포’는 점차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 시민들의 한 네티즌은 “생수에 의존하는 삶이 이젠 일상이 됐다. 수돗물은 씻는 것도 불안하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 중국 정부의 근본적 개입 요구돼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역의 상하수도 시스템과 정부의 환경·보건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를 드러낸 사건이다.
반복되는 '기준 적합' 통보만으로는 식수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를 잠재울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전면적인 개혁,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시급하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눈과 코’가 외면하는 수질 기준을 되돌아보고, 실질적인 수돗물 안전 확보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변적 발표가 아닌,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