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겉으로는 '기득권 다툼을 거부하고 현장 정치를 하겠다'는 식의 고상한 수사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전선을 두려워한 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당정치에서 리더십은 책임의 자리이며, 무너진 보수의 당을 다시 세우겠다는 사람이 가장 정치적인 순간에 칼자루를 내려놓는 모습은 다름 아닌 비겁함의 극치라는 평가다.
특히 그는 이번 불출마 성명에서 '극우화'라는 프레임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김문수 전 후보와 장동혁 의원 등을 겨냥했다. 마치 자신은 중도개혁의 깃발을 든 진정한 보수이고, 이들은 퇴행적 극우 세력인 양 몰아붙인다.
그러나 이 '극우'라는 낙인은 언제부터 진지한 노선 투쟁을 회피하는 명분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치적 경쟁자를 향해 이름표를 붙이는 데에는 용감했지만, 그 이름표를 지우기 위한 공개 토론이나 당내 경쟁에는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비판이 아닌 비방, 정치가 아닌 공작에 가깝지 않을까..
이와 함께 그의 말 중 '보수 어게인'이라는 표현은 역설적이다. 진짜 보수를 회복하겠다는 사람이 정작 보수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책임과 헌신, 경쟁을 회피한다면, 그는 과연 무엇을 회복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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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동혁 의원 |
장동혁 의원 등 이른바 ‘극우’로 불린 정치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너진 보수의 현실을 직시하고, 혁신과 투쟁을 병행하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더불어민주당이 부여한 '극우'라는 색깔론 속에서도 실제 정면 승부를 선택한 이들은 누구이며, 오히려 '중도'라는 포장 아래 뒤로 빠진 인물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입으로 "우리 당을 포획하려는 세력과는 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정치는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스스로 싸움을 선언하고, 동시에 싸움터에 나서지 않는 이율배반은 더 이상 유권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결국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새로운 보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망만을 안겼다고 본다. 당내 갈등을 이념 프레임으로 왜곡하고,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혁신을 말하는 이 기묘한 전략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진짜 보수의 회복은 '극우'라는 낙인 대신, 불편하더라도 진짜 싸움에 나서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다. 보수의 혁신은 광장 뒤에서 외치는 자가 아닌, 진검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장동혁 의원 등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김·희·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