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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1 |
북한 당국이 ‘조국해방전쟁승리 72주년’을 맞아 고위 간부들이 전쟁로병 가정을 방문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박태성, 최룡해, 조용원 등 최고위 당국자들이 평양의 로병 가정을 찾고 “승리자의 긍지”를 강조하며 김정은의 관심과 ‘어버이의 은덕’을 반복하는 장면은 외형상 ‘존경과 예우’를 가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북한 체제의 본질적 왜곡과 퇴행적 정치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이른바 ‘전승절’ 자체가 국제적 역사 인식과 크게 괴리되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은 명백히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이며, 1953년 정전협정은 승패 없는 휴전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매년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로 포장하며 정치 선전에 활용해왔다. 전쟁의 참혹한 결과에 대한 반성이나 희생자에 대한 진지한 추모는 실종되고, 허위 승전 신화를 반복함으로써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방문은 로병 개인의 삶과 복지를 진심으로 살피기보다는, 국가의 통제와 선전을 위해 활용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기사 어디에도 실제 로병들의 주거 여건이나 건강 문제, 생계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내용은 없다. 대신 김정은의 ‘크나큰 믿음’, ‘뜨거운 정’, ‘혁명선배’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된 감성적 수사만이 난무할 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로병들에게 “혁명의 새세대들이 승리의 전통을 계승하도록 여생을 다하라”는 당부를 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은퇴한 고령자들에게마저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역할을 강요하는 반인권적 태도로, ‘노후 복지’가 아닌 ‘노후 충성’을 강요하는 북한식 정치문화의 단면이다.
로병 가정을 방문한 간부들 자신이 ‘국가부흥의 총진군 전위’ 운운하며 결의를 다졌다는 부분도 문제다. 이는 현재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과 국제 고립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전시동원식 구호와 사상투쟁에 의존하겠다는 후진적 태도를 보여준다.
'강국전기'라는 말은 반복되지만, 주민 생활의 실질적 개선이나 체제의 개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전승절 방문은 북한 체제가 자신들의 정통성과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전쟁을 수단화하고, 전쟁 세대를 선전 도구로 삼는 기만적 행사에 불과하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한 반성과 화해가 아닌, ‘영웅주의’와 ‘충성 강요’로 일관된 이러한 행태는 북한 주민에게도, 한반도의 미래에도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