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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태국과 캄보디아가 오랜 국경 분쟁을 둘러싸고 또다시 격렬한 무력 충돌을 벌이며, 동남아시아 정세가 급속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번 충돌은 지난 15년간 이어진 양국 간 군사 긴장의 최고조에 해당하며, 민간인 희생자까지 속출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태국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국경 충돌로 최소 11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8명은 태국 북동부 시사켓 지역에서 로켓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SNS에 확산된 사진들에서는 한 태국 편의점이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확인되며,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다수의 사망자는 학생이었다고 전해졌다. 또한 수린 주에서는 단 8세 어린이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태국 군 대변인 리차 수수와논 대령은 F-16 전투기 6대를 긴급 출격시켜 캄보디아 측 군사 목표 두 곳을 공습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양국 간 공중 무력 사용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반면 캄보디아는 태국의 군사 기지를 향해 포탄과 로켓탄을 발사하며 맞섰다. 캄보디아 당국은 공습 피해에 대한 공식 발표를 삼간 채 “자위권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분쟁 지역인 ‘에메랄드 삼각지대’와 고대 파비시아 사원 인근에서 발발했으며, 양측 모두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이 국경 지대에 접근하자 대응 사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태국 측은 자국 군인이 캄보디아군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뢰 사건은 외교 마찰로도 번졌다. 태국은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고, 프놈펜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으며, 국경 일대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반면 캄보디아는 “해당 지역에는 과거 전쟁의 잔재인 오래된 지뢰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은 단순한 국경 충돌을 넘어 양국 내부 정치에도 불씨를 던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총리 파동단 시나와가 국경 지뢰 사건과 관련해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이는 캄보디아 측이 훈센 전 총리와의 통화기록을 유출한 정황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이 자제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며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양측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중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아세안 지역 안정의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실효성 있는 외교 개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파비시아 사원을 둘러싼 유사한 충돌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가 방관할 수 없는 동남아 안보의 뇌관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단발성 국지 분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자국 정치 위기와 연결되는 경우 지역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양국 간 신속한 외교 채널 복구와 제3자의 중재 개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