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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32 |
북한 김정은이 또다시 ‘양어 기적’을 연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인민군 군부대의 후방기지를 방문해 ‘논판메기양어’의 실태를 점검하고 "정보당 70톤 메기", "농약 없이도 정보당 10톤 벼 수확"이라는 기적 같은 성과를 치하했다고 한다.
이른바 ‘우리 식 록색재배 및 양어생산종합체계’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마치 북한이 생태농업과 식량자급에서 세계적인 선구자인 듯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그 이면의 허구성과 체제 선전을 위한 허울뿐인 ‘생산 신화’를 드러낼 뿐이다.
■ 상식을 거스르는 ‘생산량 뻥튀기’
논 한 정보(약 3,000㎡)당 메기 70톤이라면 1㎡당 약 23kg의 메기를 양식해야 한다. 이는 전문화된 공업식 수조양어 시설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수치이며, 수질관리, 밀도조절, 사료공급, 산소공급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생물학적 과장이다.
더구나 “비료와 농약 없이 정보당 10톤 벼 생산”이라는 주장 역시 현대 농업기술로도 드문 성과이며, 특히 저수확지 논에서 이루어졌다는 보도는 과학과 현실을 무시한 체제선전의 전형적인 수사로 읽힌다.
이번 방문은 군부대의 후방기지에서 진행되었다. 군의 본질은 전투준비와 안보에 있음에도, 북한은 이를 ‘농업 실험기지’로 전환하며 농업성과의 전위대처럼 묘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군인생활개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이런 간부들이야말로 “진정한 혁명가, 애국자”라고 찬양했지만, 실상은 군의 노동력을 동원한 실험적 생존형 경제정책일 뿐이다.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군의 동원은 체제 유지와 선전에 불과하며, 이는 국가안보보다 체제 연명에 몰두한 정권의 위기를 보여준다.
■ 녹색성장? 허상 위의 거푸집
김정은은 “세계적인 추세인 녹색재배 및 양어생산체계”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국제 기준에서 ‘녹색성장’은 단지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생물다양성 보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보호와 결합된 과학 기반의 정책이다.
그러나 북한식 ‘녹색’은 단순한 자재 부족에 대한 체념을 미화하는 수단이며, “우리 식”, “비료와 농약 없이”라는 구호는 사실상 국제 고립으로 인해 강제된 궁여지책에 가깝다.
김정은은 후방기지 일군에게 ‘특별감사’를 내렸다고 한다. 북한에서 ‘감사’는 축하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체제 내에서 보상과 처벌이 불투명하게 얽힌 상황에서는 그 자체가 공포정치의 연장일 수 있다.
중앙이 ‘성과’를 주목했다는 것은, 이후 타 단위들에게 같은 성과를 강요할 명분이 되며, 비현실적 목표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 식량난을 가리는 허울 좋은 ‘성공담’
국제기구들과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의 하루 끼니조차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고립된 군부대가 수천 톤의 메기를 길러내고 수확을 ‘자체 해결’했다는 주장은, 오히려 전체 인민이 처한 결핍을 은폐하고, 지도자의 현지지도를 미화하기 위한 정치연극에 불과하다.
북한 체제의 본질은 끊임없는 ‘기적’의 연출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충성심을 강화하고 체제 결속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논판메기 기적’이 보여주는 것은, 생존과 선전이 혼재된 위기 체제의 민낯일 뿐이다.
진정한 기적은 ‘정보당 70톤 메기’가 아니라, 주민이 자유롭게 농사지을 수 있는 날이 올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