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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33 |
북한 김정은은 이른바 ‘전승절’에 즈음하여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찾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수령의 탁월한 군사전략과 영웅정신을 기리는 숭고한 순례”로 포장했지만, 냉철한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이 행보는 역사 왜곡, 개인숭배, 그리고 대내외 위기 돌파용 선전선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 “전쟁의 승리”인가 “체제의 허위”인가?
북한은 해마다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며 6·25전쟁을 미국과의 ‘반제대결전’에서 이긴 날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1953년 정전협정 자체가 “승리”가 아닌 “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 수백만 민간인의 희생, 국토의 초토화 등을 무시한 채 “전승의 축포”를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김정은은 이번 행사에서 “수령의 전승업적은 세인이 경탄하는 특출한 업적”이라며 김일성 개인의 신화를 반복하고, “반제반미대결전에서도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인민의 삶과는 무관한 허황된 대외적 도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핵과 미사일에 국가 자원을 퍼붓는 행태 속에서 ‘부국강병’을 논하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김정은은 기념관을 “혁명의 만년보물고”라며 대대적인 교양장소로 강조했다. 이는 북한 체제가 젊은 세대에게 ‘항일’, ‘전쟁’, ‘수령’ 중심의 낡은 영웅담을 반복 주입하며 현실의 고통을 망각시키려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만성적인 식량난, 의료 붕괴, 경제고립 속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정권은 과거 영광의 허상을 통해 현재의 실패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실제 이번 행사에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김일성 입상 앞 꽃바구니 헌화는 여전히 살아있는 ‘우상숭배 정치’의 단면을 드러냈다.
정치의 주체는 인민이 아니라 신격화된 수령이며, 그의 가계는 정권의 정당성을 영속시키는 신화적 도구로만 기능하고 있다.
■ 교훈이 아닌 복제: “전승세대 정신”의 정치적 악용
김정은은 “전승세대처럼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항시적 전시 체제’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내부통제를 위해 외부 위협을 고의적으로 상상해내고,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반복 강요하는 익숙한 수법이다. 전쟁의 기억은 평화를 위한 반성이 아닌,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7월 27일, 대한민국은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들을 기억하며 참회의 날로 삼는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허구적 승리를 기념하며 독재 체제를 미화한다.
김정은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방문은 과거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신성시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선전의 무대일 뿐이다.
전쟁의 상처를 기억한다면, 그로부터 평화와 화해, 그리고 자유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허상 위에 세운 ‘전승’은 언젠가 현실의 무게 앞에 무너질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