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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3 |
북한 조선노동당 소속 여성일군대표단이 러시아 여성단체와의 교류를 명분으로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일련의 행사를 진행했다.
노동신문은 이를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하는 다채로운 교류활동”이라 표현했지만, 실상은 고립된 독재정권 간의 정치적 동맹을 과시하는 선전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단은 러시아 전로국가사회단체 ‘러시아여성동맹’과 상봉 모임을 갖고,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과의 협조합의서를 체결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김정순은 “전략적 협조 관계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언급하며 여성 간 교류를 넘어서 양국 정권의 정치적 공조 강화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문화 외교나 시민 간 우호 증진의 차원을 훨씬 넘는다.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에 처해 있으며, 최근 들어 정치·군사적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벌어지는 여성대표단 간의 교류는 ‘연대’라는 이름을 빌려 정권의 이미지 세탁과 대외 선전용 도구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조로 친선에 쌓은 ‘불멸의 업적’을 영상자료로 상영하고, 러시아 국가회의 청사에서 북한 대표단이 박수갈채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여성의 권리 증진이나 실질적 사회문제 해결이 아닌, 최고지도자 찬양과 정권 충성 유도라는 북한식 선전문화의 또 다른 표현이다.
러시아 여성단체 역시 “조선은 진정한 형제적 나라”라며 “여성동맹의 사명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여성조직이 독재 권력의 대외 전략에 동원되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양국 여성단체는 서로의 ‘국가안보 수호’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쟁과 억압을 반대하고 평화와 인권을 우선시해야 할 여성운동의 본질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이다.
또한 대표단이 방문한 ‘승리박물관’ 등은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자축하는 러시아의 국가주의 상징 공간으로, 이러한 장소 선택 자체가 이번 방문이 전통적 민간 외교나 문화교류와는 전혀 무관함을 방증한다.
요컨대, 이번 북한 여성일군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은 여성의 권익 증진이나 국제연대가 아니라, 전제정권 간의 공고한 결속을 여성조직이라는 외피로 미화하려는 시도이다.
진정한 여성연대는 독재정권의 방패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맞서 싸우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