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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33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일성 주석의 6·25 전쟁 중 ‘화선강행군’을 미화하는 장문의 기사 「위대한 전승을 안아오신 주석님의 거룩한 자욱」을 게재하며, 김일성을 마치 고대 영웅이나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극단적인 우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도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며, 사실보다는 정권 정당화와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은 선전 선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 ‘5만 수천 리’의 강행군? 검증되지 않은 신화 만들기
기사는 김일성이 3년 전쟁 동안 ‘5만 수천 리’를 전선에서 행군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 km 이상을 이동한 셈인데, 현실적으로 지휘와 전략 수립, 후방 통제 등 최고지도자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면서 이처럼 물리적인 강행군을 반복했다는 주장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실제 역사적 기록과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김일성은 전쟁 발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후방 깊숙한 곳에서 보냈으며, 소련과 중국의 군사 원조와 직접적인 군사지휘를 받아가며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지적이 많다.
‘화선강행군’이라는 수사는 검증되지 않은 미화에 불과하며, 비판적 역사 인식 없이 반복되는 이와 같은 보도는 북한 주민의 집단 기억을 왜곡하는 수단일 뿐이다.
■ 선전 목적의 ‘폭격 속 김일성’ 서사
기사에서 묘사된 “충주계선에서 김일성 주변으로 폭탄이 떨어지고 파편이 나뭇가지를 잘라버렸다”는 내용은 전형적인 순교적 서사, 곧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인민을 위한 길을 택했다’는 고전적 프로파간다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수령의 신체조차 초인적 운명론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로, 인민을 전쟁과 고통 속에 몰아넣은 지도자의 정치적 책임은 철저히 은폐된다.
더구나 이 서사에서는 전쟁의 본질, 즉 남침이라는 북한 정권의 책임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도발의 책임자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나아가 구원자로 재포장하는 이 구조는 북한 선전의 근본적 기만성을 드러낸다.
북한은 7월 27일을 ‘전승절’로 명명하며 ‘위대한 승리’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 전쟁을 사실상 실패한 침략전쟁으로 평가한다. 이 전쟁으로 한반도 전체가 폐허가 되었고, 수백만 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 오늘날까지 수천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억류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신보는 여전히 ‘위대한 령도’ 운운하며 역사적 책임을 외면한 채 수령 개인의 미담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전쟁의 진실을 직면하고,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위로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자신들의 정권 정당화를 위한 선전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 '전승절'은 기념이 아니라 반성과 회복의 날이어야
북한 체제는 여전히 김일성 일가를 중심으로 한 ‘신화의 감옥’에 갇혀 있다. 조선신보와 같은 선전 매체는 그 감옥의 벽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위대한 전승’이라는 허울 아래 역사 왜곡과 우상화를 반복하는 한, 한반도는 진정한 평화와 화해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는 신화를 벗겨내고 진실을 회복할 때다.
그것이 전쟁 피해자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기리는 길이며, 북한 주민들에게도 미래를 여는 유일한 출발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