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당·정부·군 수뇌부가 7월 26일 평양 대성산혁명열사릉을 방문해 전승절(7.27)을 맞이한 의례적 추모행사를 거행했다.
노동신문은 이 행사를 “혁명의 개척세대에 대한 숭고한 경의의 표시”로 포장하며, 참가자들이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령도를 받들어 사회주의 조선의 존엄을 드높일 결의”를 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의 이면에는 체제 유지를 위한 형식적이고 정치적인 기만이 도사리고 있다.
■ ‘혁명 1세’ 신화를 반복 재생산하는 북한 선전
북한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항일대전’과 ‘조국해방전쟁’의 영웅신화를 강조하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전쟁 리더십을 신성화하는 데 집중했다.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의 도열, 화환 진정, 반신상 앞 묵념 등의 연출은 매년 반복되는 의례일 뿐이다.
북한 내부 주민들로서는 이러한 ‘혁명 선배 숭배식’이 진정한 역사적 반성과 국민 통합의 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등장한 주요 인물은 박태성, 최룡해, 조용원 등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들이며, 도당책임비서들과 군 지휘관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는 명백히 추모 그 자체보다는 권력 내부의 충성 서약이자, 김정은 중심의 권력구조 재확인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것이다.
이들은 ‘위대한 수령님’과 ‘혁명 1세’의 희생을 계승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세습 독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이 추모식을 활용하고 있다.
■ 전승절, 추모인가 망각인가?
북한이 ‘위대한 전승’이라고 부르는 6.25 전쟁의 종전일은, 국제적으로는 정전협정 체결일로 인식된다. 특히 전쟁의 책임을 남측과 미국에 전가하며 스스로를 ‘해방자’로 묘사하는 북한의 역사관은 왜곡과 선동에 기반한 것이다.
정작 그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아직도 수많은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이 북한에 남겨진 채 반세기를 넘게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지금도 김일성 일가의 과거 신화를 반복하여 현재의 고난과 통제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의 정치’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거나 미래로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
열사릉을 도는 권력자들의 의전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안에 실질적인 역사 반성과 민중의 진정한 기억이 없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체제를 위한 도구적 추모일 뿐이다.
북한이 과거에 집착하는 한, 현재의 고립과 인권 유린, 경제 파탄이라는 현실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