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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34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7월 28일 자 기사에서 ‘조개밥’이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새로 등록되었다고 발표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지역 전통 음식에 대한 문화적 조명이지만, 이 같은 문화유산 지정은 전형적인 북한 체제 선전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통 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한다는 순수한 취지 뒤에는 국가가 모든 일상의 감각마저도 ‘혁명’과 ‘주체’의 틀 안에 가두려는 전체주의적 통제의 의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개밥’이라는 음식 자체가 실제로 현재 북한 주민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리인지부터가 의문이다.
대합조개와 백미를 기본 재료로 하고, 마른고추와 산나물, 다양한 양념을 섞어 조개껍데기에 담아 찐다는 이 고급 요리는,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 주민 다수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체제의 쇼윈도 장식물에 불과하다.
북한은 해마다 수확고가 좋다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듯 식량 부족이 상존하는 구조적 문제다. 평범한 주민들이 조개는커녕 백미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조개밥’이 전통문화유산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에 의해 강조되는 것은, 주민들의 고통을 가리는 눈속임이자 과거의 풍요를 왜곡된 이상향으로 재현하는 정치적 조작이다.
게다가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표현 자체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모든 문화유산의 가치 판단과 지정 권한을 당의 통제 아래 두고 있으며, 이 과정은 학술적 기준이나 민간의 자발성과는 철저히 동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조개밥’은 진정한 민속 전통의 복원이 아니라, 정권이 필요로 하는 ‘민족적 자긍심’의 재료로 선택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개밥’은 정말로 조개껍질 속에서 익은 밥이 아니라, 체제가 내놓은 정치 선전용 메시지를 담은 껍데기 음식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북한 정권은 굶주린 인민을 앞에 두고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만들어냈지만, 그 유산은 맛도 향기도 없는 거짓된 기억의 재탕일 뿐이다.
진정한 전통문화의 계승은 권력의 명령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북한이 조개밥을 유산으로 포장하는 동안, 오늘도 수많은 주민들은 조개는커녕 감자 껍질조차도 구하기 힘든 현실과 싸우고 있다.
이들의 허기진 밥상에 체제 선전의 조개껍질만 얹혀질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