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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중국 허난성 소림사 방장 석영신(Shi Yongxin)이 형사 범죄 혐의로 공안에 연행되면서, 중국 불교계의 뿌리 깊은 부패와 정권과의 유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불교 사찰이자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소림사의 수장이 성범죄, 횡령, 종교 계율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종교계 스캔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석영신은 단지 한 사찰의 주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 체제 내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대우를 받아온 불교계의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산당이 키운 "불교계 관료"
석영신은 1980년대 후반부터 38년간 소림사를 운영하며 사찰을 초상주의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소림 무형 자산 관리 유한회사”와 “소림사 실업 발전 유한회사” 등을 통해 문화·관광·외식·의약·의류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인물이다. 이 모든 활동은 “중국 특색의 종교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공산당과의 암묵적 동의 속에서 이루어졌다.
공식 직함만 해도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허난성 불교협회 회장,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역임자 등, 그는 명백히 공산당 체제 안에서 ‘정치적으로 안전한 승려’로 여겨졌다.
이런 위치 덕에, 지난 2015년에도 금품 수수 및 성 추문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이라는 결과를 얻고 사법적 처벌을 피했다. 이른바 “법 위에 선 승려”였던 셈이다.
비리와 성추문, 이미 오래된 이야기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허난성 신샹시 공안은 석영신을 프로젝트 자금을 빼돌려 사찰 자산을 사유화한 혐의, 그리고 다수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및 사생아 출산 등 불교계율을 정면으로 위반한 혐의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찰을 배경으로 벌어진 장기간의 구조적 부패이며, 종교를 사업 수단으로 활용한 체제적 범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그를 “승복 입은 CEO”라 부르며, 그의 해외 부동산 소유 의혹과 호화 생활, 연예계 수준의 여성 스캔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때 연간 수입만 2억 위안(약 380억 원)에 달했다는 소림사의 수익 구조는 애초부터 "신심을 돈으로 환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고, 그 중심엔 늘 석영신이 있었다.
이번 사태는 중국 내 종교계가 얼마나 공산당 체제에 종속되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구조적 타락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종교의 자율성과 도덕성이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때, 부패는 필연이다.
중국 공산당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당의 통제를 받는 종교만을 허용하며 ‘정치적으로 안전한 종교’를 선별·관리해왔다. 석영신과 같은 인물은 그 결과물이다.
체제에 충성하는 대신 사업과 권력을 얻고, 비리를 눈감아주는 구조는 결국 소림사를 “무술의 성지”가 아닌 “이권의 본산”으로 만들었다.
종교의 탈을 쓴 정치자산, 끝은 어디로
석영신에 대한 이번 형사 수사는 단순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서, 중국 불교계 전체에 대한 ‘청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권과의 유착 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새로운 ‘가사 입은 CEO’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종교는 권력의 도구가 될 때 타락하고, 타락은 결국 신앙의 공동체를 파괴한다. 소림사의 비극은 단지 불교계의 추문이 아니라, 공산당 체제 아래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와 자본의 하녀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현대 중국의 한 단면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