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특권형 사치’에 가려진 ‘굶주리는 어린이’들의 비극
  • - 평양 ‘화성락원불고기식당’의 두 얼굴.. '먹는 사치’의 이면
    - 허기(虛氣)와 허영(虛榮) 사이에서 신음하는 북한주민
  •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최근 북한의 관영매체들과 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 해외매체들이 한결같이 평양 화성지구에 새롭게 문을 연 '화성락원불고기식당'을 대대적으로 소개했습니다. 18시간 훈제한 바비큐와 고급 육류 요리를 강조한 이 보도는 겉보기에는 현대적 미식 문화를 선전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북한 주민 대다수가 만성적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이 식당이 말하는 것은 단순한 식문화가 아닌 ‘정치적 허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실제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최근들어서는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북한 내부에 상주하던 유엔 등 국제기구 인력들이 모두 철수한 상황이어서 어느정도 심각한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뭔가 예전과는 다르게 나아진 조짐들로 전혀 보이질 않구요.

    북한은 오늘 이시간, 북한의 사치식당이 상징하는 체제 구조의 모순과 선전 방식의 문제점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북한 당국은 평양의 고급식당을 '현대화된 자랑거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성락원불고기식당’ 보도기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북한의 이런 보도는 늘 이중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대외용입니다. '우리도 세계적 미식 문화에 진입했다'는 식의 허상적 선진국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죠. 또 하나는 내부용입니다. 핵심 권력층과 그 주변 세력에게 ‘체제의 보상’을 제공하면서 충성심을 강화하는 수단입니다.

    그런 식당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은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 당으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이것의 영속을 위해서는 더욱 충성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죠. 그에 반해 평양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이같은 선전들을 보며 현실을 비판하기보다는 동경하게 됩니다. 당국이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식 선전의 본질입니다.

    2. 실제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북한매체가 말하는 ‘불고기의 연기’ 뒤에 가려진 민생의 실태를 짚어주시죠.

    -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만성적인 식량불안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영양결핍, 단백질 부족, 지방 농촌지역의 아사 위험 등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배급제는 사실상 붕괴되었고, 장마당에서조차 고깃국 한 그릇 사기 힘든 주민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비큐와 고급 육류 요리를 자랑하는 건 구조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죠.

    최근의 소식을 들어보면 빈부의 격차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돈있는 돈주들은 별반 어려움이 없지만 지방의 평범한 주민들이 삶은 예전보다도 못하다는 이야기들입니다. 특히 이동의 자유가 거의 없다는 거죠.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3. 그렇다면 이런 사치식당 건설은 단순한 미식 공간 이상이라고 보십니까?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시는거죠.

    - 그렇습니다. ‘화성락원불고기식당’은 단지 먹는 장소가 아니라 정치적 ‘무대’입니다. 연극 공간 같은 것이죠. 북한 당국은 이를 통해 체제의 선전용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고급 음식, 현대적 건물, 외국풍 인테리어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내외부에 알리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체제의 허약함을 감추기 위한 ‘포장’일 뿐입니다. 진실이 아니니까요. 진짜 국력이라는 것은 아이의 식판 위 단백질에서 드러나지, 참나무불에 구운 양갈비가 아닌 것이죠.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참으로 말이 안되는 선전이라고 하겠습니다.

    4. 이런 선전은 내부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까요? 오히려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 물론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아무 정보 없이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중국산 휴대폰, USB, 외부 정보 유입 등으로 주민들은 점점 체제의 모순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 밖 지방 주민들은 이러한 ‘특권형 사치’를 체제의 차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장기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치식당은 오히려 내부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소가 됩니다. 이를 아이들의 미래와 견주어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북한당국은 이러한 의식들이 체제에 도전하는 행동으로 커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대동강 유람선에서 식사하고 있는 모습
    대동강 유람선에서 식사하고 있는 모습

    5. 북한의 최근 '지방중흥 20×10 정책'과 도시 이미지 개선 사업과도 연결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 김정은 시대 들어 추진되는 지방 발전 전략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여 인민들의 물질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정책은 중앙 중심의 경제 발전에서 벗어나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한국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 등과 같은 맥락이죠.

    이번 식당도 그렇고, 최근 북한이 강조하는 온실농장 건설, 신도시 개발, 고층 아파트 건설은 모두 ‘기획된 이미지 조성’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질적 변화 없이 겉모습만 바꾼다는 점이죠. 예산과 자원이 무분별하게 일부 프로젝트에 집중되면서, 다수 주민의 기본적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전용 허구이고, 주민들은 이미 그 간극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6. 마지막으로, 국제사회는 이런 북한의 허위 선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 국제사회는 북한의 선전용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불고기식당이든, 고층 아파트든 그것이 전체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실질적 지표인지 냉철히 분석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식량과 영양 상태, 인권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체제의 허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기를 해결할 정의로운 식탁입니다. 외면된 다수의 삶을 기준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체제 선전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지만, 주민들의 고통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불고기의 연기'가 진실을 가릴 수가 없는 것이죠. 지금 북한에 필요한 건 고기보다 양심이고, 도시 미화보다 식탁의 정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07-28 22:07]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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