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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6 |
북한 노동신문은 대대적인 건설 사업에 동원된 인민군 군인들의 ‘투쟁’을 극찬하는 기사를 실었다.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부터, 전국 20개 시·군의 지방공업공장, 그리고 450정보 규모의 온실농장까지라는 기사에 따르면 "우리 당의 령도를 결사의 실천으로 받드는 혁명군대"는 하루가 다르게 공사를 완공해가며 “기적”과 “위훈”을 창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수사는, 정작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 간다. 인민군은 군대인가, 아니면 건설 노동 집단인가?
■ 인민군은 누구를 위한 군대인가?
‘전쟁이 아닌 건설 전선’에서 “공격속도”를 높이며 시멘트를 바르고, 울타리를 세우고, 타일을 붙이는 일이 군의 본령인가? 북한 정권은 인민군을 ‘혁명강군’이라 미화하지만, 실제로는 정권 유지와 체제 선전에 활용되는 다목적 동원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군인들의 역할은 안보 수호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치적을 뒷받침하는 '건설 실적’ 채우기로 전락해 있다. 한 장의 타일, 한 평의 미장에 “병사의 애국심”을 운운하며 감정노동까지 강요하는 것은 군사조직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노역 강제체제에 가깝다.
노동신문은 “새로운 건설혁명의 불바람”이 온 나라에 세차게 불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실상은 건설기계도 부족하고 자재도 넉넉하지 않은 조건에서, 수천의 군인들이 무리한 일정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기사는 ‘불리한 일기조건’에도 불구하고 ‘전격전’을 들이댄다고 칭송하지만, 그 이면에는 군인들의 안전과 휴식은 고려되지 않은 무리한 동원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완공의 보고”를 위해 매일 실적 경쟁을 벌이고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식의 전시 경쟁이 진행되는 양상은, 고난의 행군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동원 시스템의 반복을 보여준다.
■ 혁명군대가 아닌 '노동군대'
김정은 정권은 이 모든 공사를 “우리 당이 제일로 사랑하는 인민”을 위한 일이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건설이 실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신규 살림집과 공장이 주민들의 자율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기보다는, 정치적 통제와 충성 유도 장치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군인을 수년간 노예 노동에 동원하고, 정작 제대 후에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나 직업 교육도 없이 방치하는 구조 속에서 누가 진정한 피해자인가?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오히려 자명하게 드러낸다. ‘혁명군대’는 더 이상 조국을 지키는 전사가 아니라, 김정은 치적 홍보의 도구, 정권 유지를 위한 토목노동력으로 전락해 있다.
군복을 입고 곡괭이를 들고 벽을 바르는 이 청년들이 진정으로 지켜야 할 대상은 누구이며, 이 체제가 과연 그들의 희생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북한은 인민군을 '기적 창조자'라 부르기 전에, 먼저 이들의 헌신과 노동이 정권 선전의 도구로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혁명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애국은 억압 속에서 피어날 수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