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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러시아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지지하고 군대를 비판한 기자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다시 한번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
러시아 우랄 지역의 우파(Ufa) 법원은 46세의 여기자 올가 콤레바(Olga Komleva)에게 “극단주의 커뮤니티 활동”과 “러시아 군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콤레바는 독립 매체 RusNews를 통해 러시아 군의 작전과 행동을 비판해왔으며,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 정적이자 2024년 극지 교도소에서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의 지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며, 판결 선고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I love you(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냈다. 이는 독립 언론 영상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콤레바를 “크렘린 궁 탄압의 상징적 인물”로 규정하고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RSF는 “콤레바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용기 있는 기자이며, 그녀에 대한 중형은 푸틴 정권의 체계적 탄압을 상징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콤레바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구금 기간 동안 필수 약물을 충분히 복용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Mediazona를 통해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이는 국제 인권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정권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수년간 부패와 인권침해를 고발하며 반체제 운동을 이끌었으나, 2024년 2월 하르프 극지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그의 죽음 이후, 나발니 지지자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반체제 인사들은 망명을 택했으며, 남은 이들은 장기 수감이나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
러시아 정치범 감시 NGO OVD-Info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전역에서는 1,500명 이상이 정치적 이유로 수감 중이다. 독립 언론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가까우며, 남은 언론인들은 검열과 감시 속에서 위태롭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유럽 외교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선고는 러시아 내 잔존한 비판적 언론에 대한 최후통첩과 같다. 국제사회가 침묵할 경우, 더 많은 콤레바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과 진실을 범죄시하는 정권 아래에서, 마지막까지 “사랑합니다”를 외친 한 기자의 용기는 러시아 안팎에서 새로운 저항의 불씨로 번지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