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생각] 세멘트가 애국의 증표인가
  • - ‘로력적 성과’ 뒤에 감춰진 북한의 허상
  •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 37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7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의 증산 실적을 ‘영광의 당대회를 맞이할 자랑찬 로력적 성과’로 미화하며, 전국적인 건설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내부의 비정상적인 정치·경제 구조와 선전 체계가 만들어낸 허위 의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실체 없는 ‘총력전’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체제의 불안정을 반증하고 있다.

    '정치사업'이라는 이름의 강제 동원

    기사에 따르면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는 증산 목표를 “매일 드팀없이”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오히려 정치적 강요에 의한 실적 보고가 만연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화선식 정치사업’과 ‘이신작칙의 일본새’ 등은 일터를 마치 전시처럼 만들며, 생산성과 관계없는 충성경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북한 당국이 현장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생산계획을 넘어서도록 조작된 실적 보고는 이미 북한 내부에서 흔한 관행이다. 당과 군, 노동 단위 간 실적 경쟁은 실질적 산업 효율보다 당의 치적 선전용 수치를 만들어내는 데 목적이 있으며, 그 이면에는 고된 강제노동과 안전사고, 인권침해가 자리잡고 있다.

    기술 혁신인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인가

    신문은 마치파쇄기 수명 연장, 유압식 자동적재기 제작, 배풍기 설치 등 ‘기술적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계획경제의 고질적인 자재 부족과 노후화된 설비를 노동자 스스로 임기응변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의 근본적 결함을 가리고 있는 ‘미화된 긴급처방’에 불과하다.

    이러한 기술 개조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투자나 제도적 지원이 아닌, 일선 작업자들의 ‘자력갱생’이라는 명목 하에 떠넘겨진 책임의 결과물이다. 마치 그것이 성과인 양 치켜세우는 당국의 태도는 오히려 국가로서의 기능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다.

    기사 말미에는 “충성의 일념 안고 계속혁신, 련속도약의 기상 떨치며” 증산성과를 확대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보상이나 안전조치 없이 반복되는 과중한 노동과 휴식 없는 작업환경을 미화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산업 현장을 군사적 로동정신으로 치환시키는 북한 특유의 ‘전시 체제’를 반영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임금도 없이, 노후 장비에 의존한 채, 무한한 충성을 강요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동자들일 뿐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세멘트는 더 나은 삶의 기반이 아닌, 체제 선전에 이용될 ‘충성의 기념비’로 소비된다.

    증산보다 절실한 것은 체제 개혁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의 ‘성과’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가 주도의 비효율적 생산계획, 비과학적 동원체계, 인권을 경시하는 노동환경이 낳은 허위의 열매는, 결코 자랑이 아니라 깊은 반성의 대상이어야 한다.

    ‘영광의 당대회’를 위한 준비가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더 많은 세멘트가 아니라 더 나은 자유와 인간다운 노동의 조건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진짜 건설은 공장을 채찍질하는 정치 선전이 아니라, 인민의 삶을 존중하는 체제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
  • 글쓴날 : [25-07-31 08:10]
    • 김성일 기자[rlatjddlf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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