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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37 |
일본 조선대학교 체육관 옥상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섰다. 250㎡ 규모의 시설은 자체 인력으로 건설되었으며, “골프동호회”까지 발족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들의 문화·정서 생활을 위한 일환이라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는 민족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 부적절한 선택이다.
조선대학교는 재일조선인 사회의 교육적 자긍심이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학교다.
하지만 지금 조선대학교가 쥔 것은 교과서도, 노동의 땀방울도 아닌 골프채다. 계급 평등과 사회주의적 인간상을 외치는 체제 속에서, 부르주아 스포츠의 상징인 골프가 정식 동호회로 발족된 것은 낯뜨거운 모순이다.
골프는 분명 대중 스포츠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나, 여전히 장비와 공간, 시간이 필요한 엘리트 스포츠다. 민족교육이 처한 재정난과 조선대학교 학생 수 급감, 졸업생들의 사회 적응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데, 과연 골프 연습장이 그것에 우선하는 사안이었는가?
더욱이 이는 평양의 ‘수령결사옹위’를 외치는 정치교육과 조화되지 않는다. 평양의 소년궁전이나 청년동맹원들은 삽과 총을 들고 혁명유산을 지킨다고 선전하지만, 도쿄의 조선대학교는 아이언 채를 휘두르며 정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체제 충성의 표면 아래 감춰진 ‘정서적 탈이념화’ 또는 ‘생활의 자본주의화’라 부를 수밖에 없다.
조선대학교가 진정 민족교육을 지향한다면, 한 끼 급식 개선과 장학 제도 확대, 진로 취업 지원 체계부터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채가 아닌 삶의 기반이다.
상징적 민족학교가 현실을 외면하고 상류층 취미에 도취된다면, 이는 “민족의 미래”가 아닌 “동포 사회의 고립”으로 귀결될 뿐이다.
골프공을 날리며 현실로부터 도피할 것이 아니라, 민족교육의 본령을 되묻고 그에 합당한 투자를 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휘두를 골프채가 아니라, 조선대학교를 향한 근본적 성찰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