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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37 |
조선중앙통신은 ‘남녀평등권법령’ 제정 79주년을 맞아 이를 “녀성해방의 새시대를 펼쳐놓은 사랑의 법전”이라 치켜세웠다.
하지만 북한 사회의 실상은 법령이 선포되던 1946년의 이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구조적 여성차별과 정치적 도구화의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이 해방 직후 남녀평등권법령을 발포하며 여성들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겉으로만 보면 진보적인 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는 철저히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어 왔으며, 진정한 자율성과 자유는 부재해왔다.
오늘날 북한 여성들은 공개처형을 방불케 하는 공개비판 모임, 조직생활 속 감시 체계, 정치적 충성심 강요, 가부장적 억압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장마당을 중심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장사하는 여성들’은 체제의 구멍을 메우는 비공식 경제의 주체이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억압 대상이 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여성의 외모·복장·언행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당의 정치적 행사에 동원되는 '꽃다발 여성'의 존재는 여전히 여성을 체제의 선전 도구로 소비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 또한 선전용에 그친다. 조선여성동맹은 명목상 여성 권익을 대변한다고 하나 실상은 노동당의 하위 조직에 불과하며, 여성들은 당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모범 주체’로만 역할이 국한된다.
여성 고위직 간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자행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고 있으며, 탈북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보위부·군대·당국자의 성착취 문제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체제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남녀평등은 법령 한 줄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여성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체제에 의해 존중받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가치이다. 그러나 북한의 ‘평등’은 체제 충성을 전제로 한 ‘종속적 평등’이며, 여성의 삶은 철저히 국가의 필요에 종속되어 있다.
남녀평등권법령 79주년을 자축하는 북한 당국의 선전은, 오히려 그 체제 안에서 억눌리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침묵의 고통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하다.
진정한 여성해방은 법령의 선포가 아니라, 억압 없는 자유 속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북한 당국이 여성 해방을 외치기 전에, 여성에 대한 감시·통제·동원을 중단하고,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