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72] 홀로코스트에 대한 反유대주의적 속죄
  • 안드레아스 롬바르트 is a German freelance writer and former editor in chief of CATO, the leading conservative magazine in Germany. CATO 전 편집장, 자유기고가

  • 현재 독일은 참으로 재앙적 전환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또다시 우리 조국이 反유대주의의 죄악으로 범람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그 원인이 달라졌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무슬림이든 비무슬림이든 反유대적 정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유대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다시금 도래했다. 베를린의 시위 현장에서는 “유대인을 죽이라”는 구호가 버젓이 울려 퍼진다. 반면, 소수의 친이스라엘·친유대 시위는 경찰에 의해 해산되기 일쑤다. 反유대 폭력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실제로 유대인은 거리에서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나는 1945년 이후 흐른 시간의 절반 이상을 성인으로 살아낸 세대이다. “아우슈비츠는 다시는 없다”는 집단적 도덕 계율은 反유대주의를 철저히 금기시했다. 메르켈과 숄츠 총리는 모두 이스라엘의 안보를 독일 국가 존재의 이유(raison d’état)의 일부로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메르켈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특히 2015년 메르켈이 국경을 열고 수백만 무슬림의 입국을 허용한 이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당시 그 결정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근거로 정당화되었고, 이는 오랜 세월 反유대주의에 대한 금기 강화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그 국경 개방은 결과적으로 反유대적 성향을 지닌 이슬람주의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유대인뿐 아니라 전반적 시민 질서가 매일같이 위협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칼부림이 일상이 되었으며, 7월 3일에는 시리아인이 바이에른 주를 통과하던 열차에서 동족을 도끼와 망치로 공격했다. 며칠 전에는 헤센 주에서 시리아인이 성당에서 5피트 길이의 십자가를 벽에서 뜯어 성당 관리인을 살해하려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주민 폭력에 대한 대처는 독일 사회에서 결코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독일은 오히려 “극우와의 싸움”에 더 많은 재정과 행정력을 쏟는다. 도시의 진보 성향 인사들은 대규모 이민을 비판하는 대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린다.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스라엘은 독일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들을 위해 더러운 일을 대신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이는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들에 대한 기존 독일 정부의 유화적 자세를 벗어난 파격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메르츠는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공중지원을 선언하며 이스라엘에 보다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그가 극우 정당인 AFD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권 유지를 위해 좌파 세력의 反이스라엘적 태도에 침묵하거나 이를 용인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정치적 선택이 反유대주의인지 아닌지를 떠나, 그 결과는 명백하다.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유대인 학교와 회당은 보안 강화에 나섰다. 최근 괴팅겐의 한 기독교 학교 졸업식에서는 이맘(imam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이 설교자로 등장했고, 키엘의 기독교 계열 알브레히트 대학교에서는 “이슬람 주간” 행사가 열렸는데 남녀가 분리되었다. 베를린의 한 대학병원은 남녀 분리 모임을 주최한 무슬림 학생 단체를 결국 금지했다. 독일계 부모들은 학교에서 자녀가 신체적·정서적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 점점 더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은 “열차 내 흉기 소지 금지”처럼 터무니없는 조치에 불과하다.

    6월 중순, 레오 백 연구소 70주년 기념식에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오늘날 유대인은 이 땅—과거의 가해자의 나라—에서 자신들이 안전한지를 다시 묻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2주 후, 메르켈은 소수 선별된 잘 통합된 시리아인들과 함께 등장해 독일인의 외국인 혐오를 비판했다. 反유대주의의 재현을 개탄하는 정치인들은 정작 자신들이 초래한 무슬림 이민이 불러온 反유대주의의 현실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올해 5월에는 비엘레펠트의 한 축구 바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손님 5명을 칼로 찔렀지만, 해당 바는 이후 “극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급진 좌파 “안티파(反파시스트 연대)”와 무슬림 활동가들은 최근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나치를 차로 밀어버리자”고 선동했는데, “나치”란 좌파의 정의에 따르면 좌파가 아닌 자 누구든지 포함되는 표현이다.

    사민당, 녹색당, 구 동독 공산당(DIE LINKE) 등 좌파 연합은 무슬림 및 이슬람주의자들과의 유착을 통해 내년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최종적으로는 시장까지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수 세기 전만 해도 독일 제국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유럽 침공을 막아내는 보루 역할을 했다. 바오로 사도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도교는 이스라엘의 올리브나무에 접붙여진 가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인 다수는 그리스도 신앙을 버리고, 자신의 유다적 영적 뿌리를 잊어버렸다. 일부는 독일 일반 시민이 무슬림의 反유대주의에 은근한 동조심을 품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보다는 그저 유대인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할 뿐이다. 유럽의 형이상학적 유산은 무슬림 도래 이전부터 이미 독일인에게 의미를 상실했다.

    독일의 배교와 자기 망각은 자국의 쇠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속죄를 위해 국가 정체성과 문화 유산 대부분을 자포자기했다. 이러한 과도한 자기 부정과 교만한 도덕적 보상 심리가 결국 메르켈로 하여금 국경을 개방하게 만들었고, 그 문은 박해받는 유대인이나 그리스도인에게가 아니라 그들의 적대자들에게 열려 있었다.

    그 결론은 참담하며 동시에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속죄라는 이름 아래, 무슬림의 反유대주의와 反그리스도교적 적대심이 거듭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8-01 07:08]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 다른기사보기 리베르타임즈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