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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8 |
노동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 농업과학원은 “알곡고지점령”이라는 슬로건 아래 농업생산 증대를 위해 각종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염기견딜성과 병저항성이 강한 벼·밀·보리의 다수확 품종 개발, 위성화상을 통한 토양 분석기술, 그리고 나노농약이나 박테리아 기반 비료 개발까지 언급되며 마치 선진 과학국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이 과연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체제선전용 미화에 불과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일은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허울 좋은 구호, 실상은 허기진 들판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농업의 과학화”를 구호처럼 반복해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식량난은 단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다. “과학화”를 외치며 실험실에서 개발한 신종 비료나 종자들이 실제 농가에 안정적으로 공급된 적이 있는지, 혹은 그것이 전국적 식량 자급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제로 북한 농업은 구조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기계화율은 낮고, 비료와 연료 공급은 항상 부족하다. 농민들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며, 중앙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설정된 생산 목표는 현장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 연구성과보다 구호와 충성 경쟁이 앞서는 ‘농업과학’은 현실 개선이 아닌 정치적 미화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의 정신력 총폭발”?
정권은 이른바 ‘정신력 총동원’을 과학연구의 주요 추진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본질을 부정하는 접근이다.
과학은 이념이 아니라 검증과 실험,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과학자들의 “정신력”을 강조하며, 연구성과마저도 “당의 영도” 덕분이라는 식의 수사로 치환한다. 이는 과학기술이 체제 선전에 종속되어 있다는 증거다.
현실 외면한 ‘정보화’, 통제 수단인가?
보도는 농업정보화연구소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물관리지휘지원체계’를 개발 중이라 밝히고 있으나, 북한의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이미 전력과 통신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화 시스템’이 실제 가동된다는 것인가? 오히려 이런 체계는 과학기술보다 주민 감시와 노동조절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과학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도구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겉보기엔 과학기술의 발전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의 결정 관철”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과학이라는 외피로 포장한 데 불과하다.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와 현실에 기반한 실용적 적용을 통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과학은 당의 의지를 미화하고 주민들을 선전전에 끌어들이는 도구로 전락해 있다.
‘알곡고지점령’을 외치는 선전의 뒤편에는 여전히 굶주리는 인민이 있으며, 그들의 고통은 어떠한 구호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과학이 체제를 위한 구실이 아니라 진정한 생명을 위한 길이 되려면, 먼저 진실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