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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독립적인 사무소를 공식 개설했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CCP)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자,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 동맹의 안보 협력 심화 조치로 풀이된다.
FBI 국장 캐시 파텔(Kash Patel)은 지난 7월 31일, 웰링턴 현지에서 열린 개소식에 직접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새 사무소의 개설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이번 사무소 개설은 미국과 뉴질랜드의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대한 조치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FBI는 이미 2017년부터 뉴질랜드에 요원을 파견해왔지만, 이번 개소는 처음으로 독립적인 특별 집행관 사무소(Legal Attaché Office)를 설립한 것으로, 법 집행 및 정보 공유 측면에서 현지 주재 규모와 권한이 대폭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파텔 국장은 미국 대사관을 통해 배포된 영상에서 “이 사무소는 사실상 모든 파이브 아이즈 연합 국가에 FBI가 상주 기관을 설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이 구성한 기밀 정보 공유 협의체로, 냉전 이후 글로벌 정보전의 핵심 축으로 작용해왔다.
이번 FBI 사무소는 뉴질랜드뿐 아니라 남극, 사모아, 니우에, 쿡 제도, 통가 등 남태평양 일대의 정보·수사 협력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FBI는 조직범죄, 마약 밀매, 사이버 범죄, 아동 성착취 및 외국 스파이 활동 대응 등에서 뉴질랜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사이버 위협 및 정치적 침투 시도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영향력 확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미국 당국은 중국군이 향후 남태평양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거나 정치적 연계를 강화할 가능성을 ‘미국의 전략적 후방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과 국가안보부는 FBI 사무소 개설에 대해 “뉴질랜드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식 환영의 뜻을 밝혔다.
FBI와 뉴질랜드 정보기관 간의 정보 교환과 공조 수사는 앞으로 한층 더 긴밀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의 최전선을 남태평양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FBI의 웰링턴 사무소는 단순한 외교적 상징이 아니라, 태평양 안보지형에 실질적 균형추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