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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9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송화거리 80층 초고층 살림집’을 비롯한 ‘미래형 거리’들의 건설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김정은 정권의 업적을 극찬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제목은 “구름을 뚫고 솟는 우리 평양”이다.
그러나 정작 구름 아래, 현실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사야말로 북한 선전 선동의 전형으로, 눈부신 외형 뒤에 감춰진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
기사 곳곳에서는 “어머니 당의 위민헌신”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평양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조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건설 사업이 실제로는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전시용 치적 쌓기’라는 것은 국제사회와 탈북민들의 증언으로 수차례 입증된 사실이다.
평양은 북한 인구의 10%가 거주하는 지역이며, 이 중 상당수는 노동당 충성심을 바탕으로 선별된 계층이다. 나머지 90%의 인민에게는 이 건설 붐이 단지 ‘보여주기 위한 번영’일 뿐이다.
물자 고갈과 인민 착취 속 ‘초고층의 황홀한 환상’
현재 북한은 UN 대북제재와 자체적 경제 실패, 극단적 고립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물자 부족과 생필품 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0층 초고층 건물의 건설은 단순한 무모함을 넘어, 체제 선전을 위한 ‘인민 자원과 노동력의 낭비’이다.
기사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건축 설계안 1,630여 건을 직접 검토했다고 강조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국가 최고 지도자가 민생보다 외형 건축물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신문은 “미래과학자거리의 자태는 참으로 장관이다”, “평양의 변화가 인민의 리상 실현”이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정작 지방 농촌과 광산촌의 현실은 눈을 감는다.
최근까지도 함경도와 량강도 일부 지역에서는 영양실조와 아사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일반 주민들은 석탄으로 연료를 해결하고 시장에서 구걸로 연명하는 일이 다반사다. 고층 아파트의 휘황함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일 뿐, 평양 거주조차 허락되지 않은 다수 주민들에게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계급적 구조물’이다.
‘사회주의 복지’와 비교되는 자본주의 현실?
기사 말미에서는 “자본주의 국가들은 노숙인과 비닐집뿐이다”라고 강변하며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 주민의 참혹한 현실을 왜곡하는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정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 실업수당, 복지정책 등이 존재한다. 반면 북한은 말뿐인 ‘무상복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든 주민이 시장경제에 의존해 생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설계가들은 정치미술가이며, 건축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구절은 오히려 북한의 도시개발이 실용이나 민생이 아닌 선전에 종속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송화거리, 화성거리, 려명거리는 ‘김정은 시대’의 이미지 세탁과 우상화를 위한 배경일 뿐이다.
평양의 ‘미래’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 소련식 전시 건축물의 반복에 불과하다. 내부는 비어 있고, 주민은 통제되며, 전기는 간헐적으로 공급된다. 마치 껍데기만 있는 모형 도시처럼, 겉만 화려한 이 거리들은 체제의 몰락을 더욱 극적으로 상징할 뿐이다.
구름 위의 선전, 구름 아래의 현실
‘80층에서 바라보는 구름’은 김정은 정권의 자기도취적 선전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구름 아래, 실제 북한 주민들은 전기와 식량, 자유와 희망을 갈망하며 살고 있다.
건물의 높이가 정권의 정당성을 대변할 수는 없다. 김정은 정권이 진정한 ‘후손만대에 전할 위대한 역사’를 만들고 싶다면, 콘크리트 타워가 아니라 인권, 식량, 교육, 표현의 자유 같은 진정한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평양은, ‘위로만 솟고 아래로는 무너져가는’ 체제의 거울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