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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CPC)의 ‘통일전선 전략’이 갈수록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대만 중앙연구원 사회학연구소는 최근 개최한 포럼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 성과를 공개하며, 통일전선 네트워크의 실체와 그 정치적 함의를 경고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임종홍(林宗弘) 연구원은 발표문 「중국 가짜 정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 중국 공산당의 대만 통일전선 네트워크에 대한 초기 탐색」에서, CPC가 온라인의 허위 정보를 단순한 여론 조작 도구로 넘어서 오프라인의 조직망과 결합시켜 대만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 허위 정보의 ‘지상화’.. 대만 사회로 스며든 통일전선 네트워크
임 연구원은 CPC의 대만 침투 전략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군사적 위협 △이념적 기만 △경제적 유혹과 통일전선 자원의 포섭이다. 특히 그는 이 중 통일전선 전략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가장 은밀하고도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2018년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 약 3,00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측과 접촉한 대만 측 기관이나 인물은 총 6,185개에 달했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는 13,753건으로 확인되었다. CPC가 일차적으로 접촉한 ‘대만 진입 노드’는 962개였고, 주소가 등록된 실질 기관 수는 1,322개로 파악됐다.
■ 민주주의 흔드는 통계.. 통일전선 밀집 지역일수록 국민당 득표율 상승
임 연구원은 이러한 통일전선 네트워크가 단순한 외교 협력이나 민간 교류가 아니라 실제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2024년 대만 대선 당시 368개 읍면동의 투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통일전선 접촉 노드가 많은 지역일수록 국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민진당 지지율은 현저히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통일전선 접촉이 가장 활발한 상위 10%의 지역은 타이베이, 신베이, 타이중, 타오위안, 신주, 가오슝 등 주요 대도시였다. 이들 지역은 친중 성향의 종교단체, 재단, 국민당 정치인들이 중국 본토와 대량 교류를 벌여온 중심지로 지목됐다.
또한 2024년 대선에서는 차이잉원의 후계자 라이칭더 후보의 민진당 득표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CPC의 장기적 통일전선 활동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 “투명한 정보공개가 해독제”.. 통일전선의 정체 드러내야
임종홍 연구원은 "통일전선 활동이 대만 내 정치인의 ‘정치적 오점’으로 인식되도록 만들면, 참여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규모 탄핵 움직임이 있었던 시기, 마잉주 전 총통을 제외한 해임된 국민당 정치인들은 중국이 주최한 ‘해협포럼’에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그는 밝혔다.
임 연구원은 향후 중국 공산당의 대만 내 통일전선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공론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일전선은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를 장악하기 위한 장기전이며, 이를 방치한다면 대만 사회의 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며 연구의 공공성과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 대만만의 문제인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전략은 대만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일본, 호주, 미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 곳곳에서도 친중 단체나 인물, 또는 종교와 언론을 매개로 한 유사한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불편함이 아니라, 자유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의 ‘비대칭 전쟁’이며, 이를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는 것이 각국 시민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군대를 앞세우지 않아도 통일전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아직 민주주의의 언어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린쭝홍, 중앙연구원 사회학연구소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