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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41 |
북한 평양시 선교구역의 ‘선교편직공장’이 생산하는 의류 제품, 특히 ‘갈매기’ 상표의 운동복과 T셔츠가 “인민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조선신보의 8월 4일자 보도는 전형적인 북한식 과장 보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실체 없는 ‘인민의 평가’를 근거로 삼아 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한편, 근본적인 소비 현실과 생산 여건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우선, 기사는 “질제고와 품종확대, 원가저하를 앞세운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북한 주민들의 소비 수준이나 선택권을 감안할 때 ‘수요 증가’라는 표현은 신뢰하기 어렵다.
북한 내 민간 시장에서는 중국산 중고 의류나 밀수품이 오히려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선호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갈매기’ 브랜드의 인기 상승이라는 주장은 선전용 레토릭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장 제품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가가 높지 못하였다”고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이처럼 이전까지는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제품이 갑자기 ‘인민들이 즐겨입는’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점은 과장된 성공담의 서사 구조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품질개선의 구체적 기술혁신, 생산 인프라 개선, 소비자 선택지에 대한 정보 없이 단순히 “질제고에 힘을 쏟았다”는 선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 듯 포장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더욱이 북한이 의류 품질이나 대중 소비에 있어서 ‘인민의 평가’를 진정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자유로운 여론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드백이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반영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이 부재한 북한에서 ‘인민의 수요 증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가깝다.
이번 조선신보의 보도는 북한 내부의 경제 성과를 부풀려 외부에 과시하고, 내부 주민들에게는 체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기사이다.
주민들이 실제로 만족하며 입는 의류를 생산하고자 한다면, 보여주기식 개선보다는 원자재 확보, 공정 현대화, 디자인 다양화 등 실질적 조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채 구호식 문구로 가득한 이번 보도는 북한이 아직도 계획경제의 실패를 ‘말의 기술’로 덮으려 한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