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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
중국 쓰촨성 장유시에서 발생한 14세 소녀 폭행 사건이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번져 대규모 민관 충돌 사태로 확산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한 학교폭력처럼 보였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당국과 '권력층 자녀 개입 의혹'이 불붙으면서, 중국 민심의 분노가 폭발했다.
■ ‘미성년자라 괜찮다’는 말이 만든 정의의 공백
사건은 장유시에서 14세 여학생이 또래 무리에 의해 미완공 건물로 끌려가 옷이 벗겨지고, 폭행과 조롱을 당한 사실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며 드러났다. 피해자는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둔 소외계층의 딸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지역 주민들에 의해 폭로되었다.
가해자들은 곧 경찰에 인계되었지만, 모두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처벌 없이 석방되었다. 8월 4일 장유시 공안이 발표한 처분 결과는 더욱 논란을 키웠다. 주요 가해자 2명에게는 단순 ‘치안처벌’, 나머지 인물들은 ‘비판 교육’ 조치에 그친 것이다. 공안은 피해 소녀의 부상이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피해자와 가족을 두 번 짓밟았고, “가해자 중 일부가 지역 고위직 자녀”라는 의혹과 결합되며 민심에 불을 질렀다.
■ "소통하겠다"던 정부, 곧장 특수경찰 투입
당일 장유시청 앞에는 피해자 가족을 지지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 수백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초기에는 정부 측이 일부 시민 대표를 청사 내로 들여보내 대화를 시도했으나, 대화는 이내 중단되었고 곧바로 연계 도시인 면양시에서 대규모 특수경찰이 투입되었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정부 청사 앞에서 항의하던 시민 다수가 폭력적으로 체포되었고, 일부는 돼지 운송용 차량에 실려 모욕적으로 끌려갔다. 이는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 고무탄과 고추물…공권력, ‘인민의 적’으로 돌아서다
진압은 날이 저물며 더욱 격화되었다. 특수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추물과 진압봉을 사용했고,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공안의 폭력에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 곳곳에 흩어져 재집결하며 "정의는 죽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물은 우리의 분노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체포된 사람을 되찾기 위해 공안과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시위대가 돌과 물병을 던지는 장면도 다수 촬영되었다.
SNS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십 개의 생중계 영상이 퍼졌고, 수많은 중국 본토 네티즌들이 “이것이 바로 현대판 천안문”, “인민을 향한 공안의 전쟁”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목격자들은 수십에서 수백 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증언도 있다. 영상에서는 피범벅이 된 청년과 어머니들이 공안에 끌려가는 장면이 생생히 담겼다.
시위는 8월 5일 새벽까지 계속되었으며, 당국은 통행을 차단하고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등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이미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장유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체의 사회적 부패와 정의 실종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침묵하지 않는 민중'의 등장
장유시 사태는 단순한 학교폭력 사건을 넘어, 중국 내부의 불신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특히 권력과 연계된 불공정, 민의를 짓밟는 공안의 폭력성, 그리고 당국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맞물리며 민중의 반발은 예상을 넘어섰다.
한 중국 네티즌은 “이번엔 딸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쓰러졌지만, 다음은 우리일 수 있다. 정의는 나서야 지켜진다”고 썼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과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는 회복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억울한 기록'으로 사라질까. 민심의 촛불은 장유시에서 다시 타오르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