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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43 |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함경남도 신흥지구의 이른바 ‘혁명전적지’에 전국 각지의 일군(간부), 근로자, 청년학생, 인민군 군인들이 대거 답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답사’는 객관적 역사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전형적인 우상화 세뇌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신흥지구혁명전적지는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의 소부대 및 지하조직을 지도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조성된 상징 공간이다. 하지만 해당 장소들과 사건들은 역사적 고증이 부족하고 다수는 체제의 정당성을 미화하기 위한 ‘혁명신화’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혁명투쟁을 더욱 앙양시키기 위하여”라는 연설이나 ‘삼밭산 회의’ 등의 서사는 사실보다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 다수의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이번 보도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청년학생과 군인들에게 이러한 전적지 방문을 강제함으로써 어린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이 아닌 ‘김일성 가계의 신격화된 서사’를 반복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혁명가요 합창경연’과 ‘항일 빨치산 회상기 발표’ 등은 집단적 감성 동원을 통해 개인의 비판적 사고를 차단하는 전형적인 세뇌 방식이다.
북한 정권은 신흥지구를 포함한 각종 전적지를 이용해 ‘수령결사옹위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절대복종과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다양성과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통제의 일환이다.
실제로 “천하명장 김일성대장 따라나서라”, “천상에 솟아난 백두광명성 만세”와 같은 구호는 사실상 정치적 우상화를 넘어 종교적 숭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 세계에서 정상국가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역사적 사실과 상이한 신화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며, 다음 세대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교육한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항일혁명’이라는 신화를 중심으로 시대착오적 지도자 숭배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구시대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
신흥지구의 ‘답사 행렬’은 역사적 성찰의 길이 아니라, 전체주의 체제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암흑의 행렬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적지 순례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진실한 역사와 자유로운 정신을 접할 수 있는 교육의 해방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