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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45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돐 기념 중앙연구토론회’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행사에서는 김일성의 ‘절세의 애국업적’을 찬양하고, 이를 ‘김정은 강국 건설’과 직결시키는 정치 선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가 보여준 담론의 구조는 역사적 사실 왜곡, 지도자 우상화, 그리고 북한 체제의 자기정당화 논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해방의 역사, ‘김일성 1인 영웅담’으로 왜곡
토론회 발제자들은 1945년 8·15 해방을 전적으로 김일성의 무장투쟁 성과로 규정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을 ‘조선인민혁명군의 격멸’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일본의 항복은 미·영·중 연합군의 군사 압박과 특히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소련의 대일 참전에 직접적으로 기인했다.
북한식 서술은 국제전쟁사의 맥락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쟁의 귀결을 ‘김일성의 군사 천재성’으로만 환원하는 전형적인 역사 편향이다.
행사에서는 항일 무장투쟁 정신을 오늘날의 ‘원쑤와의 판가리 결전’과 연결시키며, 이를 주민 결속과 군사 동원 논리로 재포장했다.
특히 “백번 쓰러지면 백번 일어나 원쑤를 치자”는 구호는 대외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의 불만을 ‘외부 적대세력’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북한식 위기 동원 프레임이다. 항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대미·대남 적대 정책과 군사 우위 정당화에 재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체제의 절대 충성 요구
토론자들은 김정은을 ‘절세의 애국자’로 칭하며, ‘총비서의 발걸음에 자신을 맞추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는 김정은 개인에 대한 무비판적 복종을 요구하는 충성맹세로, 정치적 다양성과 비판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는 장치다. ‘사상과 로선의 전면 학습’ 요구는 사실상 정치사상 주입과 개인 숭배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노동신문은 현재를 ‘존엄 높은 강국시대’로 규정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경제난, 식량 부족, 국제 제재 등으로 피폐하다.
‘강국’이라는 표현은 실질적 국가 역량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적 수사이며, 체제 위기를 은폐하고 주민들에게 허구적 자부심을 주입하기 위한 상징 정치다.
역사적 교훈의 축소와 단절
행사에서 거론된 ‘항일 혁명 1세대의 리상과 정신’은 사실상 특정 계급·당 세력의 전유물로 축소된다. 해방 이후 다원적인 민족운동과 다양한 정치세력의 노력은 배제되고, ‘조선로동당-김일성 일가’라는 단일 계보만이 계승 정통성을 독점한다.
이는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가로막고, 북한 주민들의 역사 인식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조국해방 80돌’ 기념 토론회는 역사적 사실보다 정치적 목적이 앞선 전형적인 북한식 기념행사였다. 해방의 의미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업적으로 한정될 수 없으며, 국제적·다원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이를 철저히 차단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권력의 정당화와 주민 충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역사 왜곡과 우상화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자기강화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