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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48 |
북한 노동신문이 10월 당 창건 80돌을 앞두고 각 도별 생산 현장의 ‘증산투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평남탄전, 북창·순천 청년탄광, 황해제철련합기업소, 함경북도 온포근로자휴양소 신설공사장 등지에서 당의 ‘부름’에 응답해 “기적 창조”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밋빛 보도 뒤에는 만성적 자원 부족, 비효율적인 생산체계, 정치적 동원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가려져 있다.
‘증산 경쟁’이라는 이름의 과잉 동원
노동신문은 “2년분 인민경제계획을 앞당겨 완수하겠다”는 청년돌격대의 결의를 강조했지만, 북한의 생산계획은 현실성 없는 목표 설정과 무리한 경쟁 유도라는 고질병을 안고 있다.
‘혁명열’과 ‘맹세’로 포장된 경쟁은 안전 규정 무시, 설비 과부하, 자재 남용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해친다.
기사 속 ‘도당위원회 일군들의 정치사업’은 사실상 생산현장에 대한 직접 감시와 사상 통제다. 탄부와 함께 석탄을 캐고 가정방문을 한다는 미담식 묘사도 있지만, 실상은 생산 목표 미달자에 대한 압박과 충성심 점검이 병행된다. 이는 자발적 참여가 아닌 강제 동원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산업 기반 약화를 가리는 선전
황해제철련합기업소의 경우, “파철과 지원물자를 들고 현장에 달려갔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원료 공급망이 정상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대규모 제철소가 자체 원료 확보 능력 없이 외부의 ‘지원’에 의존한다는 것은 경제 시스템의 심각한 취약성을 보여준다.
온포근로자휴양소 공사 역시 ‘시공의 질 보장’을 내세우지만, 당 창건 기념일까지 맞추는 정치 일정이 우선이다. 마감공사와 장식 작업에 ‘집단주의 기풍’을 강조하는 것은 품질보다 속도와 정치 선전에 초점을 맞췄음을 의미한다.
‘10월의 대축전’이 가리는 현실
노동신문이 묘사하는 ‘영광의 10월’은 체제 선전에 맞춘 상징적 기념일일 뿐,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는 직결되지 않는다.
자원 부족, 설비 노후, 시장 기능 억제, 국제 제재 속에서 북한의 경제 생산은 ‘증산 구호’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 오히려 정치적 목적의 과잉 동원은 피로 누적과 산업 기반 붕괴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이번 보도는 당 창건 80돌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위해 산업·건설 현장을 총동원하는 북한식 계획경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혁명열’과 ‘애국열’로 포장된 이 생산 경쟁은 주민 생활 개선이 아닌 정권 유지와 선전 성과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실제 경제 회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 개혁이지만, 북한 당국은 그 길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