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자 제공 |
중국 외교부 차기 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류젠차오(刘建超·61)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이달 초 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류 부장이 최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구금됐으며, 이는 시진핑(习近平) 주석 체제에서 외교권력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건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류 부장은 7월 30일 싱가포르·남아프리카공화국·알제리 순방을 마친 뒤, 8월 초 관련 부서의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됐다.
일부 소식통은 그의 거주지가 수색된 사실도 전했다. 구체적인 조사 사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대외연락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류 부장의 ‘실종’은 2023년 전임 외교부장 친강(秦刚)이 해임된 이후 중국 외교 시스템에서 벌어진 최고위급 인사 공백이다. 그는 2022년부터 대외연락부를 이끌며 해외 정당과의 관계를 담당했고, 영어에 능통하며 즉흥적인 외교 소통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2024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과 회동하며, 사실상 ‘외교부장 시험 무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정치 분석가 쑹원디(宋文笛) 대서양평의회 글로벌 중국사무센터 연구원은 “사실로 드러난다면 류 부장의 낙마는 중국 외교 고위층의 권력 공백을 더욱 심화시키고, 차세대 외교 지도자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노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부장은 지린성 출신으로 베이징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했다. 외교부 입부 후 영국·인도네시아·필리핀 주재 대사를 지냈으며, 반부패 기구에서 해외 도피 부패 관료 추적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외교부 대변인 시절에는 단호한 입장 표명과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 주재 한 외교관은 “류 부장은 중국의 서사를 국제 무대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줄 아는 드문 인물”이라며 “그의 부재는 중국 외교력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시진핑 체제에서 고위 외교관의 잇따른 낙마와 함께, 권력구조의 불투명성과 외교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