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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50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민족악기 제작에 한 생을 바친” 평양민족악기공장 국립악기연구소 강성진 실장의 일화를 길게 소개하며, 그를 민족예술 발전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미담 기사 뒤에는 북한식 ‘문화 자립’과 ‘민족성 보존’이라는 미명 아래, 예술을 정치·이념에 종속시키는 체제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강성진 실장의 가야금·어은금 제작 이야기는 외형상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기사 전반은 개인 창의성과 예술 자유를 부각시키기보다, “민족예술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에 철저히 복무한 ‘충성 사례’로 포장하고 있다.
북한에서 ‘민족악기’는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체제 선전·대외 이미지 관리 수단이므로, 제작자의 예술적 선택권보다는 국가가 부여한 역할과 방향성이 우선한다.
북한이 말하는 ‘민족악기 발전’은 전통의 자유로운 변형이나 국제 교류를 통한 현대화가 아니라, 당이 승인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기사 속 강 실장은 악기 구조와 음색 개선에 몰두했지만, 그 연구와 제작 방향은 북한이 설정한 ‘민족성’의 경계 안에서만 움직인다. 즉, 전통음악의 보존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맞춘 재해석과 변형이 이루어진다.
북한에서 악기 제작자와 연주가의 활동 무대는 국가 행사, 대내외 선전 공연, 체제 홍보용 문화 교류로 제한된다. 악기의 음색과 형태조차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공연 연출에 맞추어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예술 본연의 다양성과 실험성은 사라지고, 모든 창작 활동이 ‘사회주의 문예정책’의 틀에 갇힌다.
조선신보는 강 실장의 활동을 “민족예술 발전”과 “자립”의 상징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 이는 북한이 국제 음악계와의 교류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결과다.
악기 제작 기술과 음향 연구가 외부와의 협업 없이 진행되면서, 세계 악기 제작 흐름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북한 음악은 더욱 폐쇄적·획일적으로 변한다.
강성진 실장의 수십 년간의 노고와 장인정신은 분명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직 ‘체제의 민족예술’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허용되고, 예술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발전을 막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는 장인의 헌신을 진정으로 기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 선전에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예술인들의 창의성을 진정으로 살리려면, ‘민족성’이라는 명목 아래 가둔 창작의 문을 열고, 세계와의 자유로운 문화 교류부터 회복해야 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