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지배적인 사회 담론은 젊은 여성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lean in)”고, 더 치열하게 일하고, 유리천장을 깨뜨리라고 요구해 왔다. ‘걸보스(girlboss)’ 시대는 가정, 신앙, 전통을 희생하더라도, 직업적 성공과 독립심을 통해 해방을 얻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 오래된 약속이 공허하게 울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혁명적인’ 행위는 이사회 회의실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빵을 굽고,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지난 6월 열린 ‘젊은 여성 리더십 정상회의’(Young Women’s Leadership Summit) 10주년 행사에 스며 있었다. ‘터닝포인트 USA’가 주관한 이 행사는 한때 소규모 모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알렉스 클라크, 라일리 게인즈, 에리카 커크, 베스 반 두인, 앨리 베스 스터키 같은 연사들을 초청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지닌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새로운 세대의 젊은 여성들이 ‘권한 부여(empowerment)’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수주의를 단순히 시대에 맞는 사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매력적인 삶의 방식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치 역시 종종 간과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4년 ‘미국 가정 조사’에 따르면, 젊은 보수 성향 여성의 37%가 자신이 “삶에 완전히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진보 성향 여성은 12%에 불과했다. 이 ‘행복 격차’는 최소 2018년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연구에 따르면 보수 성향 여성은 진보 성향 여성보다 가정의 안정성과 정서적 안녕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결혼은 주요한 요인이다. 18세에서 40세 사이 보수 성향 여성의 결혼율은 진보 성향 여성보다 20%포인트 높다. 이러한 차이는 다른 행복 지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 여성의 약 29%는 ‘일주일에 몇 번 이상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반면, 보수 성향 여성은 11%, 중도 성향 여성은 19%였다.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외로움 격차는 결혼과 주일 미사·예배 출석률 차이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젊은 보수 성향 여성의 절반 이상이 매주 성당·교회에 나가는 반면, 진보 성향 여성은 12%에 불과했다.
정신 건강에서도 이념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18~29세 백인 여성 중 진보 성향의 46%가 정신 질환 진단을 받은 반면, 보수 성향은 21%였다. 연구자들은 결혼, 신앙생활, 그리고 주체적 삶의 감각이 보수 성향 여성들이 더 높은 삶의 만족도, 안정성, 낮은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말한다.
진보 성향 여성들의 우울한 심리 상태는, 비관과 파국적 사고에 빠지기 쉬운 ‘각성(woke) 세대’의 인간 혐오적 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더 나아가 “이념적 격차는 단순히 부정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진보 성향의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종교라는, 여성의 삶에 의미와 방향, 연대감을 부여하는 핵심 제도에 덜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된다.
이 데이터는 가치관의 재정렬을 보여준다. 앨리 베스 스터키가 묘사하듯, “더 적은 페미니즘, 더 많은 여성다움(여성성)”이며, 이는 단순한 포기의 선언이 아니라 ‘주체성의 재구성’이다. 정상회의 연사들은 이 운동이 여성을 선택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정, 신앙, 전통을 선택하는 자유야말로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이 ‘새로운 저항’은 시끄럽거나 거친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가정적이며 깊이 반(反)문화적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SNS는 이 새로운 미학의 확산에 불을 지폈고, 이전에는 고립되어 있던 여성들을 연결시켜 이 변화를 가시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tradwife 해시태그’는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수와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낸다. 이 운동에 속한 영향력 있는 창작자들은 대규모이면서도 충성도 높은 팔로워층을 보유한다. 이 시청자들이 모두 정치적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상당수의 무당파나 진보 성향 여성들도 ‘전통적 아내’ 콘텐츠를 몰래 시청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제공하는 질서, 아름다움, 의미, 그리고 ‘바쁘게만 사는’ 현대 문화에는 결여된 평온함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보수 진영 전반에서도 나타난다. 한때 공화당은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미지로 비쳤으나,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거리낌 없이 수용하는 젊은 여성들의 활기찬 무리로 변모하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사상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가치 없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아름다움과 만족을 발견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비판자들은 이를 ‘퇴행’이라 부르며 가부장적 규범으로의 회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이들 여성 다수는 고학력, 사회참여, 정치활동에 적극적이다. 전통을 수용하는 것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함이 아니라, 가정과 신앙을 우선하면서도 야망과 주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무지하거나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이는 더 넓은 국가적 흐름을 반영한다. 실제로 여성의 대학 졸업률은 남성을 앞지르고 있으며, 시민 참여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새로움과 파괴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신앙·가정·공동체 안에서 ‘평범함’을 재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반란이 되었다. 문제는 이 운동이 지속될지 여부가 아니라, 나머지 문화가 그것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젊은 여성들은 세상으로부터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세상과 ‘관여’하고 있다.
결국 가장 참된 해방은 과거와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옛 길에서 영원히 새로움을 발견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