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86] 세계를 만나 세상을 회심시키기
  • 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Washington, D.C.’s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워싱턴 D.C. 윤리 및 공공정책 센터 수석 연구원)

  • 2025년 6월, ‘Where Peter Is’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저자 스티븐 밀리스는 의례적으로 ‘무의미한 [가톨릭] 문화 전쟁의 논쟁’을 비난하고, 주교 로버트 배런(Robert Barron)이 ‘베이지 가톨릭’(beige Catholicism)을 비판한 데 대해 또다시 지루한 측면 공격을 가한 뒤, 우리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를 만나려는 결의에 찬 교회”라는 비전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가 이미 두 권의 저서(The Irony of Modern Catholic History, To Sanctify the World)에서 논증했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르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단순히 ‘현대 세계를 만날 것’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공의회는 교회가 현대 세계를 회심시킬 것을 요청했다.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인문주의의 성상(icon)으로, 그리고 성사적 교회를 참된 인간 공동체의 성상으로 제시함으로써이다.

    교황 요한 23세가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면서 이러한 의도를 품었음은, 개회 한 달 전인 1962년 9월 11일에 발표한 라디오 연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바티칸 공의회를 위한 준비 작업은 수년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주교들은 공의회 토론 의제로 삼을 사안을 제출했고, 공의회 교부들이 검토할 초안 문서들이 작성되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은 거대한 회의장으로 탈바꿈하여, 800년에 교황 레오 3세가 샤를마뉴를 ‘신성 로마 황제’로 대관했던 붉은 포피리 원반에서부터, 교황의 주제대 위를 덮은 베르니니의 장대한 청동 발다키노에 이르기까지, 대성전의 광대한 중앙 신랑을 따라 15열의 쿠션 벤치가 설치되었다.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커피 바도 마련되었는데, 곧 ‘바-요나(Bar-Jonah)’와 ‘바-바라빠(Bar-Abbas)’라는 별명이 붙었다.)

    요한 23세는 공의회에서 논의될 초안 문서들을 읽었는데, 그 문서들은 대체로 성경이나 교부들에 뿌리를 두지 않은 추상적 어휘로 작성되어 있었다. 인내심이 많은 그는 공의회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도록 두었지만, 그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이 있었다. 곧,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미 확정된 가톨릭 진리를 그저 반복하기 위해 소집된 것이 아니라, 그 확정된 진리를 복음 선교 사명과 연결시키기 위함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말기 암을 앓고 있던 고령의 교황은 2,500명의 주교들이 왜 로마에 오는지, 그리고 주교들이 검토하게 될 사전 작성 문서를 읽는 해석의 관점을 제시하고자,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연설문을 준비했다.

    1962년 9월의 라디오 연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그의 의도를 가장 명시적으로, 그리고 가장 복음적이며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드러낸 사전 발언이었다. 그는 이후 공의회 개막 연설에서 이 주제들을 더욱 발전시켰다. 교회는 중세 세계와 고전 세계를 ‘만났던’ 것처럼 현대 세계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현대성을 ‘만나는’ 것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교회는 현대 세계를, 그리스도 자신이 선포하신 이 선언으로 맞이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 요한 23세는 라디오 연설에서 이것이 곧 공의회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하느님의 나라’라는 표현은 공의회의 과업을 온전히, 그리고 정확히 표현한다.

    ‘하느님의 나라’란 곧, 실제로, 그리스도의 교회, 하나이고 거룩하며 보편되고 사도적인 교회입니다. 곧,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이며, 스무 세기 동안 그분께서 보존하셨고, 오늘날에도 그분의 현존과 은총으로 생명을 주시는 교회입니다.” 강생하신 하느님의 말씀과의 이러한 만남을 촉진하는 것이 모든 이전의 세계 공의회의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세계 공의회란 무엇이었습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의 얼굴, 영광스럽고 불사한 임금의 얼굴을 온 교회 위에 비추어, 인류의 구원과 기쁨과 영광을 위하여 새롭게 만나는 것 외에 또 무엇이었습니까?”

    이어서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이유를 명확히 규정했다. “공의회의 소집 이유에 대해 말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유언—‘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쳐라…’—에 대해 온 세상이 어떻게 응답하느냐입니다. 그러므로 공의회의 목적은 복음 선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인간 삶의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선포하고, 성사와 자선의 활동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음을 증언함으로써, 가톨릭 교회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문화를 쇄신하는 대항(對抗)문화이며, 자신이 속한 모든 문화에 도전하여,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과의 친교를 통해 그 문화가 지닌 가장 고귀한 열망을 실현하도록 부른다.

    이는 불가피하게 마찰을 일으키며, 때로는 그 마찰이 격렬해진다. 이러한 마찰 속에 살아가는 것은—밀리스의 주장과 달리—‘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인식하는 것이 바로 루터교 목사이자 순교자인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한 ‘제자도의 댓가 cost of discipleship/Nachfolge(독일어 : 후계자)’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8-15 07:23]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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