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87] 성가정 성당 복원 - 전쟁 한가운데 놓인 신앙의 다리
  • 티모시 마이클 돌런 is archbishop of New York. 추기경 (뉴욕 대교구장)

  •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잔혹하게 공격하여 1,195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인질로 잡은 지 6개월 후, 저는 성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적대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일정은 단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두려움과 분열 속에 있지만, 동시에 상실과 눈물,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공통의 비통함으로 묶여 있는 땅을 보았습니다.

    이 눈물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것이었고, 상실의 이야기는 유대인, 그리스도인, 무슬림 모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아기들을 품은 슬픔에 잠긴 어머니들, 조부모, 부부, 친척,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과 10월 7일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서 들은 말은 같았습니다.

    “그저 집에 가고 싶습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안전하고 평안하게, 우리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우리의 자녀와 부모,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바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그 ‘거룩하다’ 부르는 땅을 다녀온 지 16개월이 지난 지금도 폭력과 유혈 사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여전히 무고한 생명을 인질로 삼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를 무자비하게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부상당하고, 가정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진 채, 굶주림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스라엘인과 미국 유대인들 역시 이러한 보복이 反유대주의를 촉발할 것을 두려워하며 묻습니다. “이것은 언제 끝날 것인가?”

    가자에는 더 이상 피난처가 없습니다. 2002년, 뉴욕의 마리와 조지 도티 부부가 기부하고, 가톨릭중동복지회(CNEWA)와 교황청 팔레스타인 선교회가 건설한 가자시의 ‘형제애 공원’은 폐허가 되었고, 아랍정교회문화센터와 가자의 유일한 그리스도인 의료시설인 알-아흘리 아랍 병원의 대부분도 무너졌습니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본당들도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자의 가톨릭과 정교회 공동체는 규모는 작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복음에 젖어 있고, 예수님과 성인, 순교자들의 말씀과 행적에 고무된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 무슬림, 신자와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지역 사회를 섬겨 왔습니다. 그들은 굶주린 이들을 먹이고, 헐벗은 이들을 입히며, 병자를 돌보고, 상처 입은 이를 치유하고, 길 잃은 이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가난한 이들을 교육과 상담으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전면전의 잔혹함 속에서도, 가톨릭과 정교회 본당들은 가족들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위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며, 가능할 때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분유, 식수, 의약품, 발전기 연료를 나누었습니다.

    2023년 10월 19일, 성 포르피리우스 정교회 성전 구역이 포격을 받았을 때, 저와 함께 일하는 CNEWA-교황청 팔레스타인 선교회의 한 동료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이웃을 위해 헌신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2년 후인 7월 17일, 이스라엘의 박격포 포탄이 성가정 성당의 현관 벽면을 타격했습니다. 첨탑의 십자가는 무사했지만, 지붕과 내부는 파손되었습니다. 성당에 피신해 있던 세 사람이 사망했고, 가브리엘 로마넬리 주임신부를 포함해 10명 이상이 부상당했습니다.

    CNEWA-교황청 팔레스타인 선교회는 사건 다음 날 성명을 내고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속적인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 있는 이들에게 가해진 이번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이 남긴 심리적 피해와 두려움은 결코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총리는 교황 레오 14세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습니다.

    뉴욕 대교구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는, 1926년 성좌가 설립하여 동방 가톨릭 교회의 사목과 인도주의 사업을 지원하도록 한 CNEWA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직책으로 지난해 성지를 방문해, 교황청 팔레스타인 선교회 설립 75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이 선교회는 1949년, 첫 중동전쟁의 난민—그중 많은 이들이 가자에 정착—을 돕기 위해 CNEWA 산하에 설치되었습니다. 그 사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난민의 자녀와 손자, 증손자들과 함께하며, 유대인과 무슬림에 대한 봉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또한 그곳에 ‘귀 기울이기’ 위해 갔습니다. 10월 7일 이스라엘 테러 공격의 생존자들을 만나고, 인질로 잡혀간 가족을 둔 부서진 가정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이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희망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함께 나눈 눈물과 기도 이후, 그 청년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가정 성당이 포격을 당한 후, 제 친구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의 노암 마란 랍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유대 민족이 필요할 때 함께해 준 가톨릭 형제자매들에게 이제 우리가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인과 유대인이 함께,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인간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AJC와 유대 지도자들, 회당들이 보여준 이러한 위로와 지지를 감사히 여깁니다. 이 미츠바(선행)는 전면전의 어둠 속에 작은 빛을 비춥니다. AJC가 기부한 2만5천 달러를 CNEWA에 지정하여, 성가정 성당의 복원을 지원하고 주님의 봉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뉴욕 종교지도자위원회(CORL)도 7만5천 달러를 모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으로 집이 파괴된 한 이스라엘 가정을 재건하도록 도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전역의 가톨릭 본당에서 가자 재건을 위한 헌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이것은 교황 레오께서 교황좌에 오르며 전한 인사였습니다. 이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이며, 무장을 내려놓게 하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우리를 무조건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평화입니다.”

    이 거룩한 땅과, 나아가 우리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정의롭고 항구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다리를 놓고 대화를 장려하는 교회, 사랑과 현존, 대화와 환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열린 품을 내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8-16 07:19]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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