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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54 |
조선신보가 소개한 노동신문 사설 〈위대한 조선인민, 그 부름에 떳떳하리라〉는 북한식 선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사 전반은 ‘위대한 인민’이라는 추상적 구호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인민의 실질적 삶과 목소리는 지워져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충성 담론을 “위대한 인민”의 정체성으로 덧칠하는 구조는, 주민들의 빈곤과 억압을 가리고 체제 충성을 강제하는 수단일 뿐이다.
글은 반복적으로 “위대한 수령이 있어 위대한 인민이 있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여기서 인민은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수령의 은덕에 의해 비로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수동적 대상이다.
해방 80년을 기념한다면서도, 민족의 독립적 주체로서 인민의 노력보다는 김일성 개인과 후계자들의 지도만을 유일한 역사적 원인으로 내세운다. 이는 곧 북한 체제의 본질, 즉 인민을 숭배의 객체로 삼아 권력자에게 예속시키는 구조를 드러낸다.
기사에서는 1950년대 전쟁, 천리마 운동,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등 참혹한 시기를 “강의한 인민의 영웅적 투쟁”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백만 명의 아사와 탈북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국가의 무능과 억압 속에서 고통받았다.
그럼에도 북한 매체는 이 비극을 “불멸의 진리”로 치환하며 고통을 미화한다. 역사적 실패와 지도층의 책임은 철저히 삭제되고, 오히려 주민의 희생을 정권의 정당성 강화에 재활용하는 것이다.
사설은 “세상에 우리 인민처럼 긍지높고 행복한 인민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식량 부족, 의료·전력난, 국제 제재로 인한 생활고로 점철돼 있다.
최근에도 시장 통제와 이동 제한으로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당국은 이를 무시한 채 “하늘같은 인민”이라는 공허한 미사여구만 되뇌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처한 실존적 위기를 은폐하고, 외부 세계에 ‘번영하는 사회주의’ 환상을 심으려는 전형적 선전술이다.
기사의 결론부는 “총비서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는 집단적 동원 구호다. 인민이 행복하고 위대하다는 선언은 결국 수령에 대한 충성, ‘목숨보다 귀중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정치적 장치로 귀결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다원적 가치관은 철저히 배제된 채, 인민의 존재 이유는 오직 지도자 숭배와 체제 유지에 맞춰진다.
북한의 선전은 인민을 위대하게 부각시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을 억압적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위대한 인민”이라는 이름 뒤에는 굶주림, 두려움, 침묵을 강요받는 주민들의 현실이 가려져 있다. 진정한 위대함은 수령에게 충성하는 데 있지 않다.
인민 스스로 자유와 존엄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때, 그 부름은 비로소 떳떳해질 수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