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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방부 금지구역에 무단 진입해 드론으로 촬영을 하던 중국 국적 남성 두 명이 체포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중국발 간첩 활동 의혹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동방일보》와 《시화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0세와 27세의 중국 국적 남성 두 명은 8월 6일 국방부 인근 축구장에서 드론을 조작하다 순찰 중이던 군경에 의해 체포됐다. 현장에서 드론과 메모리카드 등 장비가 압수됐으며, 이들은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항공 촬영을 했을 뿐 목적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8월 13일 첫 재판에서 두 사람은 무죄를 주장했으나, 보석은 불허되었고 사건은 9월 11일로 심리가 연기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들을 간첩 활동 및 군사기밀 기록 관련 조항으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 행위가 아닌 중국의 조직적인 저강도 정보 수집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 9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수백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미국 내 군사기지, 로켓 발사장 등 민감한 지역에 무단 진입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당국은 이를 “군사 보안 체계 시험”을 노린 스파이 활동으로 의심했으나, 대부분 불법 침입 혐의만 적용돼 단기 구금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다수를 투입해 일부가 잡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유용한 정보를 확보한다”는 방식의 저비용·고효율 스파이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상호 비자면제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수의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자가 몰려드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역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올해 7월 국가안보총괄장관 샹무겐은 “중국 연계로 추정되는 UNC3886 해커 조직”의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국제 보안업체 Mandiant는 UNC3886을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사이버 스파이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전 세계 핵심 인프라를 노린 다수의 해킹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시사 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중국 공산당의 첩보 활동은 과거 주로 서방을 겨냥했지만, 이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처럼 친중적 성향을 보이는 나라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심지어 ‘우방’으로 불리는 국가들조차 잠재적 배신자로 보고 감시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동남아 각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전 총리 리셴룽의 부인 허징(何晶) 역시 지난 4월 소셜미디어에서 시진핑을 “12년간 조직폭력배 보스처럼 행동해 이웃 국가들을 약탈했다”고 직격하며, 중국 공산당의 불안정한 본질을 드러낸 바 있다.
말레이시아 국방부 침입 사건은 단순한 불법 촬영 사건을 넘어, 중국의 공세적 정보 수집 행태가 동남아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역내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이 ‘우방국’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제도적·군사적 대응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