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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62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전국농근맹 간부들과 초급선전일군들이 백두산 일대를 답사하며 “혁명정신을 체득하고 농촌혁명의 전위투사로 거듭날 것을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혜산에서 시작해 보천보, 건창, 대홍단, 삼지연에 이르기까지 ‘혁명전적지 답사행군’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선 강화, 그리고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 홍보를 목표로 한 전형적인 정치 행사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대적 선전 뒤에는 북한 농촌이 직면한 심각한 현실적 모순이 가려져 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역사 체험이 아니라 ‘혁명전통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체제 충성심을 강제 주입하는 정치사업이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신격화하고, 김정일과 김정은을 그 계승자로 연결시키는 전형적 수사학이 반복된다. 답사행군의 모든 순간은 ‘영도자에 대한 충성’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애국심을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을 재확인시키는 도구적 의례일 뿐이다.
노동신문은 농근맹 간부들이 “다수확 운동의 불길을 지펴올리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지만, 실제 북한 농촌은 심각한 식량난과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국제기구와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북한 농업은 토양 황폐화, 비료와 농약 부족, 잦은 기후재해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농업 기술 혁신이나 구조 개혁보다, ‘정신무장’과 ‘충성 결의’만을 강조한다. 현실적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채 주민들에게 더 큰 노동 강도와 헌신만을 요구하는 셈이다.
답사행군 과정에서 항일빨치산 회상기 발표, 혁명가요 합창, 선전선동학습 등이 이어졌다는 보도는, 이번 행사가 사실상 ‘정치학교’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이는 주민들이 처한 생계 위기, 농업 생산성 저하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적 세뇌 프로그램이다.
삼지연의 감자가루공장이나 음료공장 참관 역시, 실제 주민들의 식탁과는 동떨어진 선전용 산업 성과 전시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농민을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혁명의 전위투사’로 포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농민들은 자력갱생을 강요받으며 굶주림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농근맹 간부와 선전일군들이 아무리 ‘백두의 혁명정신’을 외친다 해도,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농민들의 생활은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같은 선동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허구적 영웅주의만 강요하는 잔인한 기만이다.
노동신문이 그린 ‘백두 혁명정신 답사행군’은 농촌 현실과는 무관한 선전극일 뿐이다. 북한 농업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혁명전통”을 강조해도 주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북한 당국이 진정 농촌을 살리고 싶다면, 백두산의 눈보라가 아니라 농민들의 밭과 식탁을 직시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