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창조자이지만,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 - 복종하라!”
- 괴물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그리스도인은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 로봇공학, 그리고 각종 첨단 기술의 폭발적 적용을 신앙의 빛 아래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최근 ‘First Things’가 주최한 지성 피정 「기술 시대의 신앙」 에 참여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있던 주제였다. 피정의 강의는 단순히 AI 자체를 직접 논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창조·타락·자연·속량의 “이미와 아직 아니”라는 신학적 틀 속에서 기술의 위치를 탐구하였다. 독서 목록에는 라칭거 추기경(교황 베네딕토 16세), 성 빅토르의 휴, 성 보나벤투라, 메리 셸리, 마르틴 하이데거, C. S. 루이스 등이 포함되었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자연 안에 이미 주어진 것을 인간이 발견하고, 노동을 통해 유용하게 적용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기술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며, 단지 창조 안에 감추어진 진리를 드러낼 뿐이다. 지혜 문헌은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일을 감추심이 영광이요, 임금들은 일을 살핌이 영광이다”(잠언 25,2). 곧, 하느님께서는 창조 안에 감추어진 것들—AI를 포함한 기술의 잠재력—을 때가 되면 인간이 발견하여 선용하도록 의도하신 듯하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선용과 악용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쓰이는 창이 이웃을 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원자력은 도시를 밝히는 동시에 수백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 또한 인류 지식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가장 어두운 악마적 충동을 충족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저서 ‘Puritans, Pilgrims & Prophets (청교도, 순례자, 그리고 선지자들)’에서 언급했듯, 인쇄술의 등장은 지식 확산과 사회의 민주화를 크게 촉진했다. 성경이 사제 집단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고, 신자들이 자국어로, 저렴한 가격에 성경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성경과 고전 주제 모두에 대한 관심 폭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인쇄술은 중세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종교개혁과 르네상스의 사상적 전환을 가능케 했다. 유익과 함께, 수많은 이단적·반체제적 사상도 확산되었던 것이다.
과거의 기술 혁신들은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핵무기 등)를 불러왔으나, 일반적 인공지능(인간적 인지 능력을 닮은 AI)은 처음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여전히 피조물 가운데 우월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흔히 “윤리적으로 옳은가”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끌린다.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개발한 뒤 후회하며 남긴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무언가 기술적으로 달콤해 보이면, 우리는 그것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다룰지는 나중에 논한다.” 따라서 기술의 사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은 단순히 기술자에게 있어서는 안 된다.
초인간주의자와 기술관료 엘리트는 인간 안에 보존할 만한 ‘하느님의 모상’(imago Dei, 신적 불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성과 죽음을 넘어서는 것을 갈망하며, 바벨탑을 쌓던 이들처럼 창조주의 질서를 거부한다. 인간과 기계의 융합은 그들의 무신론적 유토피아를 향한 다음 단계일 뿐이다. 머지않아 “엄마들, 아기들을 카우보이로 키우지 말라”는 옛 노래가 “엄마들, 아기들을 사이보그와 결혼하게 두지 말라”로 바뀔지도 모른다.
기술 시대의 신앙인은 한 가지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기술 발전은 계속될 것이며, AI를 다시 병 속에 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주인이 되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미 휴대폰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주인이 되었다.
신앙인은 언제나 시대를 거슬러 사는 반문화적 저항의 증인으로 부름받아 왔다. 이는 전통적 영성 훈련(성무일도, 묵상, 금식, 성체성사 중심의 삶 등) 안에서 실천된다. 오늘날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해져야 한다. 바로 “기계로부터의 일상적 단절”이다.
AI는 선과 악 모두를 위해 쓰일 것이다. 약속과 위협은 함께 성장한다(마태 13장의 가라지와 밀처럼). 일부 사상가들은 AI가 적그리스도(Antichrist)일 수 있다고, 혹은 오히려 카테콘(katechon, 2테살 2,6–7의 ‘억제하는 힘’)일 수 있다고 논한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분은 처음부터 끝을 내다보신다. 우리는 AI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가 승리할 것임을 믿는다. 다니엘서의 말씀은 오늘 우리의 시대를 암시한다. “너 다니엘은 이 말을 간직하고 그 책을 봉인하여 마지막 때까지 간직하라. 많은 이들이 이리저리 다닐 것이며 지식이 더할 것이다”(다니엘 12,4).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