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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64 |
북한 노동신문은 8월 27일 자 기사에서 “한평의 땅, 한포기의 곡식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구호를 내세우며 농업부문이 재해성 기후에 맞서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각 도·시·군의 간부들과 농장 근로자들이 제방 보강, 배수로 정비, 저수지 관리에 나서며, 김정은의 지시를 절대화하는 방식으로 농작물 피해 최소화에 ‘총동원’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신문은 각 지역이 제방 보강, 배수로 확대, 방조제 점검 등을 ‘긴급대책’으로 추진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는 곧, 평시에는 기본적 농업 인프라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매년 반복되는 수해와 가뭄에 대비할 체계적 수리·치수 시설이 부재한 상태에서 땜질식 보강만 반복하는 구조적 무능이 본질이다.
북한 당국은 흉작의 원인을 늘 “폭우, 장마,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지만, 실제로는 비료·농약·종자 공급 부족과 노후화된 관개 시설, 에너지 부족이 더 큰 문제다. 기사에서도 ‘저수지 수문 관리’와 ‘통신 보장’까지 언급되는 점은, 농업이 기후보다 체제의 낙후성과 불안정한 전력·통신망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사 전반에서 반복되는 표현은 “도일군 급파”, “근로자 총력 집중”, “화상회의로 각성 분발” 등이다. 이는 과학적·제도적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선동과 강제 동원에 의존하는 체제를 보여준다.
‘한포기의 곡식도 내맡길 수 없다’는 구호는 실질적 해결책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적 압박일 뿐이다.
신문은 벼의 잎덧비료, 이삭 여물기 관리, 병충해 예방까지 상세히 언급했지만 이는 곧 농작물의 생육 상태가 이미 불안정하다는 신호다.
특히 황해남도의 경우 “해비침률이 낮아 빛합성 능력이 떨어진다”고 고백하는 대목은 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결국 주민들이 마주할 것은 ‘올해도 부족한 수확’이라는 현실일 것이다.
노동신문의 이번 기사는 겉으로는 김정은의 ‘현명한 지도’와 농민들의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농업의 만성적 기반 부족, 정책 실패, 체제적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선전물이다.
매년 반복되는 수해-기근-총동원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한, ‘한평의 땅, 한포기의 곡식’은 구호 속에서만 지켜질 뿐 주민들의 밥상에는 결코 채워지지 못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