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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64 |
조선신보가 8월 27일자로 보도한 ‘대학생 다국어 경연 대회’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교육 수준과 국제적 소통 능력을 과시하려는 행사처럼 포장되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의학대학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북한 당국이 외국어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선전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보도의 이면에는 북한 사회의 구조적 한계와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전국 60여 개 대학에서 20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배우고 있는 외국어는 국제 교류를 위한 실질적 수단이라기보다는 체제 선전용 ‘전시 교육’에 가깝다.
북한 대학의 외국어 학습은 체제 충성심을 강화하는 교재를 중심으로 하며,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나 실제 외국인과의 교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학생들이 습득하는 ‘언어’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당국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제한적 수단일 뿐이다.
북한은 주민들의 해외 여행은 물론, 인터넷 접근조차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국어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외국어를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봉쇄하면서, 겉으로는 ‘세계적 시야를 가진 인재 양성’을 주장하는 셈이다.
외국어 실력이 진정 발휘될 수 있는 장은 자유로운 연구, 국제 학술 교류, 해외 연수 등이지만, 북한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경연에서 수상한 학생들조차 실제 국제무대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대학들이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선전되는 것도 문제다.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의학대학의 성과는 교육적 성취라기보다는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문적 자유와 잠재력을 가로막고, 교육 자체를 체제 미화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전형적인 북한식 방식이다.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다국어 교육과 국제화를 추구한다면,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학문 탐구와 외부 세계와의 소통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폐쇄적이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는 어떤 경연대회도 단지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하다.
‘다국어 경연’이라는 화려한 간판은 국제화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자기기만을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