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00] 그분을 얻는 길
  • 베로니카 클라크 Veronica Clarke is deputy editor at First Things. 부편집장

  • 어제 동부시간 오후 1시,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래비스 켈스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약혼을 발표했다. “여러분의 영어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이 결혼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불과 한 시간 만에 ‘좋아요’가 천만 개를 넘었다. 이는 단순한 연예 뉴스가 아니라, “10년의 약혼 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5세인 스위프트는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수십억 달러의 제국을 세웠으나, 오랫동안 그 사랑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 듯 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테일러 스위프트가 결혼할지 여부는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실존적 물음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따라온 팬들에게 스위프트는 단순한 팝 아이콘이자 세계적 스타가 아니라, 소녀와 여인으로 사랑의 시련을 겪어가는 길에서 함께 울고 웃는 언니,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제 그녀의 약혼은 전 세계의 스위프티들과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성들에게, 21세기의 사랑이 허황된 동화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로 다가온다.

    약혼 사진에 붙인 농담조의 문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라는 사실을 희석시키면서도, 동시에 많은 이들이 그들을 마치 자신의 영어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처럼 친근하게 느낀다는 점을 잘 포착한다. 곧,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온갖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현실적으로 닿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테일러가 비밀리에 동성애자일 것이라 추측하던 팬 하위 집단인 ‘게일러(Gaylors)’는 당연히 충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이 사랑 이야기는 너무도 전통적이고, 너무도 이성애적이며, 심지어 보수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율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의 아이콘이면서도, 언제나 놀라울 만큼 전통적인 사랑의 비전을 품어왔다. 처음부터 그녀는 히트곡 「Love Story」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죽음’이 아니라 ‘혼인’으로 다시 써내려갔다. 그녀는 오래도록 ‘영속성과 헌신’에 뿌리 내린 사랑을 갈망해왔다.

    사실상 그녀의 음악은 여러 면에서 ‘성혁명’에 대한 암묵적 비판이었다. 최신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고뇌하는 시인들)’의 마지막 곡 「The Manuscript」에서는 가장 뼈아픈 가사를 노래한다. “그는 그녀가 나이보다 현명하다고 했기에 / 모든 것이 정당하다고 했지만 /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또 ‘Midnights’의 「Would’ve, Could’ve, Should’ve」 (했을 수도, 할 수 있었을 수도, 했어야 했을 수도)에서는 이렇게 탄식한다. “내 소녀 시절을 돌려줘, 그것은 본래 내 것이었으니.”

    스위프트의 가사에서 성적 친밀성은 언제나 일시적 쾌락이 아니라 더 깊은 친교와 일치를 향한 추구였다. 그녀의 노래는 오늘날 남녀가 다른 것을 추구하는 연애 세계 속에서 ‘지속적 사랑’을 향한 갈망이 어떻게 상처받는지를 드러낸다. 네 번째 앨범 ‘Red’의 「All Too Well」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아마 우리는 번역 속에서 길을 잃었을 거야, 아마 내가 너무 많은 걸 원했을지도 / 하지만 아마도 이건 걸작이었어, 네가 다 찢어버리기 전까지는.” 또 ‘Tortured Poets’의 「The Prophecy」에서는 자신이 “갓난아이처럼 들리고 / 마치 잉크 펜의 마지막 한 방울처럼 느껴진다”고 자책하면서도, 하늘을 향해 다시 이렇게 기도한다. “나의 벗 되어줄 이를 만나게 해주소서 / 단 한 번만이라도 나이기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인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망하며 ‘내가 미쳤나, 혹은 지나치게 많은 걸 바라나’라고 느낄 때, 그것은 오히려 인간 본연의 갈망을 드러내는 고백이다. 그래서 그녀는 「You’re Losing Me」에서 “나도 나와 결혼하지 않겠지 / 병적일 정도로 남을 기쁘게만 하는 사람이니”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최근 신보 ‘The Life of a Showgirl’을 예비 시동생 제이슨 켈스의 팟캐스트 ‘New Heights’에서 발표했다. 이 앨범은 그녀의 대기록 ‘Eras Tou’ 동안 집필·녹음된 것이다. 그녀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타이트 엔드인 트래비스가 2023년 여름, 형의 팟캐스트를 사실상 ‘개인용 데이팅 앱’처럼 쓴 이야기를 농담조로 전했다.

    당시 트래비스는 제이슨에게, 스위프트의 공연을 본 뒤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은 우정 팔찌를 건네려 했다고 밝혔다. (Midnights의 「You’re On Your Own Kid」 가사—“우정 팔찌를 만들고, 순간을 붙잡아 맛보라”—에 영감을 받은 관객들의 문화였다.) 그러나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고, 그 고백 장면은 화제가 되었으며, 몇 달 뒤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스위프트는 제이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마치 80년대 존 휴즈 영화 같았어요. 창밖에서 붐박스를 들고 ‘난 너와 데이트하고 싶어, 팔찌를 만들어왔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 남자가 정말 제정신이라면, 그리고 그게 큰 전제이지만, 이건 내가 10대 시절부터 내내 노래로 갈망해온 일이구나.’”

    이 관계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트래비스 켈스의 분명하고도 전진적인 열망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테일러 스위프트와 데이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에게 ‘헌신’하고자 했다. 성혁명의 시대, 많은 남성들이 헌신 없이도 동거·성적 친밀·가정적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그의 헌신은 오히려 혁명적이다. 바로 그 점이 이들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만든다.

    이 관계는 수많은 여성들이 상처받아온 ‘사용 후 폐기’의 냉소적 패턴이 아니라, ‘지속적 사랑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더구나 그것이 단순히 ‘아름답고 유명한 이들만의 환상’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오히려 소박하고, 보편적이며, 거의 ‘원형적(archetypal)’으로 다가온다.

    네덜란드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나에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은 늘 삶의 배경음악이었다. 전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갈 때마다 그녀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 소식은 단순한 대중문화 뉴스가 아니라, 마치 내 개인적 승리처럼 느껴진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은 그녀가 거의 20년간 노래해온 모든 것에 대한 ‘정당화’이며, 나는 그녀를 위해 더없이 기쁘다. 그녀의 음악은 언제나 ‘착하고, 자비롭고, 사랑스러운 딸들’이 존중받고 귀히 여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왔다.

    「You Belong With Me」에서 수줍은 소녀가 풋볼 스타의 마음을 얻는 장면으로 세상을 사로잡았던 그 별빛 같은 희망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스위프티들이여—만일 블론디가 해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100번째 소식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전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계속 이어질 보편적인 신앙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8-29 07:38]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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